[LG그룹 기술을 움직이는 사람들]LG화학의 지속 가능성을 꿈꾸는 이종구 전무④LG화학 CTO 및 CSSO...기술 기반 지속가능 전략 수립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27 11:17:04
[편집자주]
전자·통신·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던 LG그룹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전장, 이차전지 등 공들여 키워온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며 그룹 포트폴리오의 무게추가 옮겨갔다. 여기에 신사업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을 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이어졌기에 가능했다. 더벨이 LG그룹의 R&D와 기술투자를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2021년 7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선언하며 회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글로벌 지속가능 과학기업'을 제시했다. 석유화학 사업을 하며 축적한 과학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친환경, 전지소재, 혁신신약 등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이를 위해 이듬해 초 LG화학은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는 자리를 신설했다. R&D 기반의 신사업과 ESG를 연결하겠다는 회사의 의도대로 CSO직은 당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던 유지영 부사장이 겸임했다.
올해 초 퇴임한 유 부사장의 빈자리는 지난해 말 신임 CTO로 선임된 이종구 전무가 이어받아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전무의 역할은 R&D 조직을 이끌며 지속가능 신사업을 실현하는 점에서 전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LG화학은 올해 CSO의 명칭을 'CSSO(Chief Sustainability Strategy Officer)'로 바꾸며 전략(Strategy) 수립의 임무까지 부여했다.
◇석유화학 공정·에너지효율 R&D 수행
이 전무는 1994년 LG화학(당시 럭키)에 입사한 이후 줄곧 석유화학 부문 R&D 및 생산기술을 담당했다. 1965년생인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화학공학 석·박사를 마친 후 LG화학 여수공장 고분자 기술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다.
여수공장은 현재 LG화학의 생산 사업장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1976년 폴리염화비닐(PVC)를 시작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고부가합성수지(ABS), 고흡수성수지(SAP) 등 석유화학 제품 전반을 생산하고 있다. 기반기술 연구 담당으로 LG화학에 입사했지만 이 전무는 공정 최적화·생산성 향상 등 운영 효율화 분야에 강점을 보였고 공정 최적화 모델링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며 2006년 석유화학산업 발전 유공자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회사에서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상무로 승진하며 CRD연구소 임원(연구위원)으로 승진했다. CRD연구소는 LG화학이 유기·고분자합성, 코팅, 광학기술 등 기반기술의 R&D 기능을 통합하며 신사업 발굴의 역할을 부여한 곳으로 이 전무가 합류할 당시 이제 설립 5년차를 맞은 신생 조직이었다.
CRD연구소, 석유화학연구소 등을 거치며 이 전무는 기존 공정 대비 에너지 효율성을 24~46% 높인 프로필렌 다운스트림 제품과 에너지 저소비 제조공법을 개발하는 등 공정 효율화와 관련한 R&D를 이어갔다. 이후 PVC·가소제 사업부장, 생산기술총괄 등을 역임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석유화학연구소장을 맡던 이 전무는 입사 30년차를 맞은 올해 CTO로 LG화학 R&D 조직을 총괄하게 됐다. LG화학 CTO는 직속 조직인 미래기술연구소, 기반기술연구소, 분석연구소 등을 이끌며 미래 기반기술을 발굴하는 동시에 각 사업본부 내 연구소들과의 공통과제를 도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속가능 컨트롤타워 CSSO직 겸임
LG화학의 CTO는 신사업 R&D만 담당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ESG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자리로 그 역할의 무게가 더욱 무겁다. LG화학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첨단소재 및 생명과학 분야로 사업을 넓히긴 했으나 매출(LG에너지솔루션 제외)의 70%가 석유화학에서 나올 만큼 석유화학 의존도가 높다.
환경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석유화학 부문의 한계를 넘기 위해 R&D와 ESG 경영 목표를 연결하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룹 내에서 CTO가 CSO를 겸하는 경우는 찾아보긴 힘든 데 LG화학은 올해 CSO에게 전략 수립까지 맡기며 명칭 자체를 CSSO로 바꿨다.
CSSO는 기술에 기반해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고 실행 결과 및 주요 지표 성과를 대표이사(CEO) 등 임원진에게 보고한다. 이외에도 석유화학,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사업본부별 저탄소 사업 전환 및 R&D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전략 수립을 주도한다. 과거 석유화학 부문 R&D 조직에 속해 공정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감축 공법 등을 개발했던 이 전무가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다.
LG화학의 지속가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이 전무는 기존 CTO 산하 조직과 CSSO 아래 ESG 전담 조직 등을 함께 이끌고 있다. 기술 기반의 ESG 전략 수립이라는 목표에 맞는 두 조직의 협업 사례로는 환경 전과정평가(LCA) 수행을 들 수 있다. LCA란 원료 물질 채취부터 최종 처리까지 제품 시스템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CSSO 아래 LCA 전문가들과 CTO 산하 공정 전문가들이 협업해 LCA를 수행하며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중이다.
지속가능 기술·제품에 투입된 R&D 비용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넘어섰다. LG화학은 올해 처음으로 최근 3개년 지속가능 기술·제품에 대한 R&D 투자 비용을 공개했는데 2020년 344억원 수준이던 지속가능 R&D 비용은 지난해 134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R&D 비용(8696억원) 대비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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