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경영 리뷰]현대로템, 이사회 참여로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강화이사회가 리스크 관리 총괄… 윤리·준법 분야 약점 해소 기대
강용규 기자공개 2023-08-11 08:20:59
[편집자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자신들이 중요시하는 경제·사회적 가치를 제시하고 어떤 성과를 달성했는지를 공개한다. 한 꺼풀 벗겨보면 여기에는 그들이 처한 경영적 혹은 경영외적 상황과 고민이 담겨있다. 기업이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윤리·사회·환경문제에 기여하는 가치를 창출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요즘, 이들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이 어떤지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이 리스크 관리의 최종 권한을 CEO에서 이사회로 옮겼다. 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이사회 내 위원회에도 역할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리스크 관리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고 윤리와 준법 등 내부통제 분야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된다.9일 현대로템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의 중대성 평가 기준을 기존 이해관계자 중요도와 비즈니스 중요도에서 지난해부터 재무적 영향도와 비재무적 영향도로 변경했다. 기업의 ESG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재무·비재무적 요인을 동시에 평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기준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기준을 변경한 결과 2021년 현대로템의 중대성 1위 이슈였던 '제품 및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및 혁신'이 2022년에는 2위로 내려갔다. 대신 1위로 선정된 이슈는 전년 10위 이슈였던 '리스크 통합 관리'였다.
2021년까지 현대로템의 리스크 관리체계는 각종 리스크의 담당조직들(리스크 오너)과 이를 지원하는 조직들(유관부문)이 리스크 관련 내용을 전사 경영협의체에 보고하면 전사 경영협의체가 이를 논의한 뒤 CEO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였다. 리스크의 종류는 대내 리스크와 대외 리스크로 구분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이사회로 옮겼고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에 중간 게이트키퍼 역할을 맡겨 전문성을 강화했다. 리스크의 종류도 △현업 단위 통제 △내부통제 △내부감사 등 셋으로 분류해 세밀함을 더했다. 리스크 관리가 새롭게 최고 중대 이슈로 부각되자 현대로템도 체계 개편을 통해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ESG 평가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의 달라진 리스크 관리체계를 놓고 내부통제와 내부감사 분야의 리스크 관리 강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기존에는 대내·대외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윤리 및 준법 관련 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명시했다는 점에 시선을 집중한다. 이 분야는 그동안 현대로템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의 약점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의사결정구조의 작동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가 적발된 사례가 다수 있다. 가깝게는 2013년~2016년 진행된 철도차량 입찰에서 우진산전, 다원시스 등 경쟁자들과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23억600만원을 부과받았다.
당시 현대로템은 담합을 자진신고해 과징금을 없애는 '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그 해 11월 조달청으로부터 공공입찰 참여를 6개월 동안 제한하는 처분이 내려졌으며 현재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 적용을 지연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2021년 5개월, 2016년 10개월씩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받은 전례도 있으며 당시에도 법적 대응을 통해 처분기간을 경감했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의 반복되는 비윤리적 행위 적발을 놓고 의사결정구조에서의 컴플라이언스(준법)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리스크 관리체계를 개편한 이후로도 윤리 및 준법 분야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해 왔다.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곽세붕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곽 사외이사는 1988년 제32회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나선 이후 공정위에서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낸 준법경영 전문가다.
곽 사외이사는 현대로템 이사회에서 투명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에 위원으로 몸담고 있다. 리스크 관리체계에서 중간관리를 맡는 두 위원회에 모두 소속돼 전문성을 발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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