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는 지금]'진퇴양난' 러시아 법인, 기약 없는 버티기③러시아 법인 누적 손실 2741억원…자산총액 반토막, 장부가치는 이미 '0'
강용규 기자공개 2023-08-18 07:31:47
[편집자주]
현대위아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내연기관차용 부품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친환경차 관련 신사업을 발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기계사업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완전히 멈춰버린 러시아 사업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 더벨은 현대위아가 당면 과제들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15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위아는 러시아 공장에 큰 공을 들였으나 제대로 가동해 본 것은 반년정도에 불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현지에서 사업이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며 현재는 손실만을 안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전략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어 현대위아도 진퇴양난의 상황을 마주한 것으로 파악된다.현대위아는 2023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2851억원, 영업이익 652억원을 거뒀다. 주력사업인 차량부품부문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연간 적자를 지속해 온 기계부문에서도 제품 판매가 늘며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15.9%, 영업이익이 22.7% 증가했다.
이처럼 2분기 영업활동의 성과를 실적으로 입증한 현대위아가 실제로 벌어들인 돈, 즉 순이익은 1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9.3%가 줄어든 수치다.
현대위아의 영업외손익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 수치는 전년 2분기 1632억원 이익에서 올해 같은 기간 414억원으로 2042억원 줄어든 외환손익이다. 이 중 러시아 관련 평가손실이 1893억원에 이르며 현대위아 순이익 급감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위아는 2019년 10월 러시아에 연 24만대 분량의 엔진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현대차 러시아 공장에 엔진을 댈 보급기지가 필요하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에서다. 2년 뒤인 2021년 10월 러시아 공장의 생산활동을 개시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본격화하자 이듬해 4월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 법인 설립 당시 현대위아는 1171억원을 출자했다. 가동을 앞둔 2021년 3월에는 1122억원의 채무보증까지 나섰다. 이렇게 공을 들인 러시아 공장의 가동기간은 고작 6개월가량에 불과했다. 법인이 설립됐던 2019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러시아 법인은 누적 2741억원의 순손실을 남겼다.
현대위아는 러시아 법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장부상 지분가치는 없다. 공장 가동을 시작했던 2021년 말까지만 해도 1160억원에 이르렀던 장부가액을 지난해 말부터 제로(0)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위아 측에서도 러시아 법인이 사업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셈이다.

러시아 공장 설립이 그룹 차원의 사업전략에 따른 것이었음을 고려하면 현대위아로서는 러시아 법인의 미래를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실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현대위아는 현재 러시아 법인을 공장 유지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운영하며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현대차가 러시아에서의 철수를 결정한다면 현대위아 역시 법인의 청산이든 매각이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현대차 역시 러시아 공장에 필수 인력만을 남겨두며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러시아 매체들을 통해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을 카자흐스탄 자동차회사 아스타나모터스에 매각하고 러시아에서 전면 철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스타나모터스 측에서 이를 부인하며 현대차의 철수 가능성도 사그러든 상태다.
현대위아 러시아 법인은 한때 4048억원으로 평가됐던 자산총액이 지난해 말 2244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말 1913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대위아가 결국 공장을 매각하게 되더라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현재 러시아 법인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부품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위아가 러시아 공장의 부지나 건물은 유지한 채 설비만 국내와 멕시코 공장으로 옮겨 생산에 활용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대위아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설비만 옮기는 것도 추후 재설치를 고려하면 간단한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
강용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보험사 CSM 점검]DB손보, 가정 변경에 1.3조 증발…잔액 증가 '거북이 걸음'
- [보험사 CSM 점검]삼성화재, 계리적 가정 변경 여파…물량 공세로 극복
- KDB생명, 순이익 감소에도 빛난 CSM 확보 성과
- [보험사 CSM 점검]라이나생명, 보유계약 감소세 속 커지는 기대이익 고민
- [보험사 CSM 점검]KB라이프, 2년째 잔액 감소...건강보험으로 반등 노린다
- AIA생명, 실적-자본적정성 '양날의 검' 된 환율 변동
- [보험사 CSM 점검]신한라이프, 신계약 성과로 극복한 부정적 예실차 효과
- [보험사 자본확충 돋보기]ABL생명, 후순위채 의존도 급등…커지는 '자본의 질' 고민
- [보험사 CSM 점검]한화생명, 빅3 중 홀로 잔액 감소…효율성 악화에 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