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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스플릿’ 극복없이 발행 추진 한기평 본평정 스킵, 타 신평사 A+ 등급으로 발행…시장 평가는 미지수

최윤신 기자공개 2023-08-30 07:35:53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간 신용등급 불일치 상태인 SK실트론이 스플릿 상태에서 발행에 나섰다. 지난 6월 정기평가에서 ‘A0’ 평가를 유지한 한국기업평가에 본평가를 의뢰하지 않고, A+로 평가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두 곳으로부터만 본평가를 받았다. 명목상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의 등급은 A+이지만 시장에서 이에 준하는 금리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 실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순차입금/EBITDA’ 한기평 기준 못미쳐

SK실트론은 다음달 9일 최대 3000억원의 공모 회사채 발행 위해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2·3·5년물로 트랜치를 나눠 각각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모집금액은 1500억원으로 잡고, 수요예측 결과를 고려해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대표주관업무는 SK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맡는다.

이번 공모는 회사채와 단기 차입금 차환을 목적으로 한다. 오는 10월 26일 만기가 도래하는 1710억원의 회사채 상환이 주요 자금조달 목적이다. 증액이 이뤄질 경우 내년 2월 만기도래하는 1200억원의 회사채와 함께 단기차입금 상환에도 조달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금리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은 오는 29일 실시한다. 트랜치별 개별 민간평가사 평균금리(민평금리) 대비 금리 밴드는 -50~+50bp로 제시해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국내외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을 고려해 넓은 범위의 금리밴드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실트론의 이번 공모채 수요예측의 투심을 가를 최대 변수는 ‘등급 스플릿’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등급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앞서 지난 5~6월 SK실트론의 기업신용등급을 A+로 상향한 반면, 한국기업평가는 A0로 유지하고 있어서다.

최근 수년간 신평사들은 SK실트론에 A0등급을 부여하고 안정적 전망을 가져왔다. 시각이 바뀐건 지난해부터다. 웨이퍼 판가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신용평가 3사는 2022년 6월 일제히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스플릿이 발생한 건 이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다. 한신평과 나신평이 등급을 A+로 상향했지만 한기평은 긍정적 뷰를 부여한 뒤 약 1년이 지난 올해 6월 정기평가에서도 기존의 의견을 유지했다.

우수한 영업창출력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전방 시장인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등급 상향에 신중한 관점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기업평가가 등급 상향요소로 보고 있는 순차입금/EBITDA 지표 추이도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SK실트론의 순차입금/EBITDA는 지난해 말 1.4배까지 낮아졌지만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론 2.2배로 나타났다. 한기평은 순차입금/EBITDA가 2배 이하로 유지되는 걸 상향 변동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기평의 등급 상향이 없었지만 SK실트론이 이번에 발행하는 49회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A+다. SK실트론은 이번 발행에 앞서 A+ 등급을 부여한 한신평과 나신평에게만 본평정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회사채 발행 때 세 곳의 신평사에 모두 평가를 의뢰해 왔는데, 약 5년만에 두 곳에서만 평정을 받았다.

스플릿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SK실트론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해 시장에서 A+에 준하는 금리를 인정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8월 25일 기준 SK실트론의 3년물 개별 민평수익률은 5.395%로 A+급 회사채 평균(5.205%)과 A0급 회사채 평균(5.471%)의 중간 수준이다.

◇ A급 잇단 흥행에 시장 상황은 우호적

등급 스플릿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우호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채권 시장에서 우량채 선호 현상이 예견되곤 있지만 아직 A급 이상의 채권에 대해선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수요예측을 치른 A+급 동원F&B의 공모 흥행이 시장상황을 대변한다. 동원F&B는 모집금액을 1000억원으로 설정해 지난 17일 수요예측을 치렀는데, 모집금액의 3배 이상인 3620억원이 모였다.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발행금액을 1550억원까지 증액하고 2·3년물 모두에서 개별민평대비 10bp 이상 낮은 금리를 확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우량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은 나오고 있지만 아직 A등급까지는 견조한 수요가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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