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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진통 겪은 화물사업 매각, 아시아나도 생존 '급한 불' 껐다유동비율 50% 미만, 반기 금융비용 2000억 이상… 화물 내주고 자금지원 수용 불가피

강용규 기자공개 2023-11-06 11:18:18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2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기업결합심사의 '열쇠'로 여겨졌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안이 드디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거쳐 가결됐다. 한 차례의 이사회로는 결론을 내지 못해 두 번째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도 가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가결로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요구에 맞춘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됐고 산은은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한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매각 당사자 아시아나항공은 어떤 이득을 봤을까.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사업을 외부 압력으로 매각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매각 반대 주장에도 일리는 있으나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특히 눈앞의 현금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재무 지원책이 마련된 만큼 '급한 불'을 껐다는 데에는 업계 의견이 일치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안을 가결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자금지원 합의서 내용을 공개했다.

먼저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에스크로 계좌에 묶여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및 중도금의 인출과 사용이 가능해진다. 약 7000억원 규모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발행한 기존 3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전액 상환하는 동시에 신규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한다. 영구전환사채의 금리를 낮춰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비용 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양사 합병에 갑자기 속도가 붙는 것은 아니다. 당장 EU 경쟁당국(집행위원회)이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을 받아들여 줄 것인지부터 미지수인 데다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남아있는 모든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만큼의 재무 체력을 보유하고 있느냐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97.5%에 이른다. 그런데 재무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부채비율 이상으로 좋지 않은 징후들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단기 상환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상반기 말 아시아나항공의 유동비율은 49.3%에 불과했다. 이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1조599억원으로 나름 풍부했으나 현재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차입한 단기차입금 2조5560억원 가운데 7000억원을 상환했다. 앞서 10월에는 산은으로부터 대출한 2400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갚았다. 채권단 관리 체제의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차입을 일으키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외부 자금조달에 제한을 받는다. 즉 일련의 상환에 보유 현금이 활용됐을 공산이 크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력으로 이익을 창출해 현금을 복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31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순이익은커녕 4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에서의 퍼포먼스 대비 실속이 처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금융비용(금융원가)이 꼽힌다.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이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2213억원이다.

이처럼 현금이 말라붙어가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미지급금과 미지급비용, 미지급법인세 등 아직 남아있는 예상 지출이 5425억원에 이른다. 7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이자부담을 낮추는 대한항공의 재무적 지원책이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눈앞의 생존을 위한 '동아줄'인 셈이다.

그 반대급부로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의 매각을 승인해야 했다. 다만 화물사업을 지키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에게 무조건 유리한 결과였을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항공화물 시황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매출에서 화물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2.5%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48.4%로, 올해 상반기 21.7%까지 낮아진 상태다.

21.7%은 분명 낮은 비중이 아니다. 다만 이 사업을 유지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조만간 추가 비용지출의 압력을 마주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기단은 직접 보유 8대, 리스 3대 등 총 11대로 꾸려져 있는데 이 중 직접 보유한 8대는 기령이 19년~32년에 이르는 노후기다. 1대 가격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형 화물기를 다수 교체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화물사업의 매각 대금도 차입 상환이나 미지급 지출을 위해 투입해야 할 수 있는데 노후기 교체 비용을 직접 마련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며 "눈앞의 생존이 급한 상황에서 화물사업 매각은 결국 불가피했지만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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