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M&A 전략 점검]'난제' 증권사 M&A, '두 갈래 길' 앞에 섰다③대형 증권사 매물 나올 때까지 대기 vs 중소형사 인수해 리빌딩 착수
최필우 기자공개 2023-11-08 08:11:30
[편집자주]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임종룡 체제 첫 M&A에 시동을 걸었다. 저축은행 인수로 몸을 풀고 내년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나서는 수순이 점쳐진다. 증권과 보험이 추가되면 우리금융은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계열사 시너지, 자금 조달, 자본비율, 자본 확충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벨은 우리금융 계열사 현주소를 짚고 M&A 전략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15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합병(M&A)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IB와 리테일 분야에 두루 강점을 가진 대형 증권사 인수다. 인수 즉시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경쟁 금융그룹과 비은행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중소형사를 인수해 증권업에 발을 담그는 방법도 있다. 우리은행을 통해 창출되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본 규모를 키우고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해 리빌딩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수조원의 자본을 쌓아 탄탄한 기반을 갖춘 대형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중소형사 인수 후 후속 M&A를 노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대형 증권사와 '자산관리 시너지' 기대
우리금융이 대형 증권사 인수를 선호하는 건 자산관리 경쟁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중소형사가 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고 특화 점포를 내 프라이빗뱅커(PB)를 육성하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고객풀 확보와 노하우 축적이 상당히 어려운 분야인 만큼 M&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명확하다.
우리은행의 약점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은행은 대기업 영업에 특화돼 있었던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모태로 해 자산관리 분야 경쟁력은 약한 편이다. 우리금융은 새로 인수하는 증권사가 우리은행의 약점을 보완해주길 바라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은행 분야 격차를 줄이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금융권과 증권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리금융의 삼성증권 인수 가능성이 오랜 기간 거론된 것도 자산관리 경쟁력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고액자산가 고객풀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오랜 업력을 쌓은 프라이빗뱅커(PB)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가장 탐나는 증권사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M&A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 기준 자산총계 54조7134억원으로 업계 5위다. 자본총계는 6조2322억원으로 4위다. 경제 위기로 증권업계 불황이 온다 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근간을 갖췄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삼성증권을 굳이 매각할 이유가 없다.
다른 대형 증권사도 매물로 출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은행금융지주 계열로 각 금융그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오너 소유이긴 하나 업계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중형사 중에서는 유안타증권이 우리금융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은 동양증권 시절 채권 영업 강자로 군림했고 촘촘한 리테일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리테일 점포가 없긴 하지만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이용자 최상위권인 키움증권도 우리금융 입장에선 인수 매력이 있는 증권사다.
◇중소형사 인수시 우리은행 법인 고객풀 활용
다만 지주사 전환 5년째 증권사를 인수하지 못한 우리금융이 매력적인 중형사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기도 어렵다. 우리금융은 물밑에서 유안타증권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으나 대만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는 매각에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키움증권도 최근 잇따른 주가조작 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으나 매각으로 이어질 것이라 장담하긴 어렵다.
결국 우리금융이 눈높이를 낮춰 중소형사 인수로 증권업 리빌딩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중소형사 인수시 자산관리 분야에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IB 분야에서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우리은행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본을 확충하고 외부 인력을 영입해 트랙레코드를 쌓는 게 가능하다.
중소형사를 인수하면 우리은행이 지원에 나설 수 있다. 우리은행은 전통적으로 법인 고객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기업 고객이 자금 조달이나 M&A 니즈(needs)가 있을 때 새로 인수한 증권사가 연계 영업을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상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증권사의 잠재 고객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금융 고위 임원은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을 인수하면 가장 좋겠지만 꼭 한번에 증권사 M&A를 끝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각 분야에서 장점이 뚜렷한 복수의 중소형사를 인수해 합병하는 방법도 있고 한곳을 인수한 뒤 후속 M&A를 준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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