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우리금융 vs 농협금융]주채무계열 은행 11개 vs 0개…기관영업은 정반대⑦지자체 금고 70% 농협은행, 출연금도 많아
서은내 기자공개 2023-11-23 08:20:2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서로 기업금융과 기관영업에서 대척점을 이룬다.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곳이 우리은행이다. 최근 다시 한번 기업금융의 명성을 되찾겠다며 힘을 싣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금융은 약하나 농협 특성상 기관영업의 네트워크가 강한 곳은 농협은행이다.우리은행은 조직 직제상 기업그룹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한다. 기업그룹은 기업투자금융부문에 속해있으며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부행장)으로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기관영업 조직은 국내영업부문에 속해있다. 국내영업부문 수장은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부행장)이다. 국내영업부문에서 기관영업을 비롯해 지자체, 학교 등을 총괄한다.
농협은행은 기업금융의 경우 기업고객부에서 담당하며 기관영업의 경우 공공금융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진용식 부장과 이훈 부장이 각각 기업고객부, 공공금융부 부서의 장을 맡고 있다. 기업고객부는 기업투자부문에 속해있으며 이연호 부행장이 수장으로 있다. 공공금융부는 공공금융부문 소속이며 금동명 부행장이 부문장을 맡고 있다.
◇ 한일·상업은행 합병...기업금융 역량 합쳐진 우리은행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을 통해 출범한 곳이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모두 기업 금융의 역량이 높았던 곳들이다. 그런만큼 해당 분야에서 우리은행의 명성도 높았다. 하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점차 기업 원화대출 점유율 순위에서 밀려났다. 최근 우리은행은 지주 차원에서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 원화대출금 규모는 총 139조원 수준이다. 그 중 대기업 원화대출 규모는 약 23조3220억원이며 중소기업 원화대출 규모는 115조7590억원이다. 중소기업 비중이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농협은행의 3분기 말 기업 원화대출금 규모는 104조9076억원으로 우리은행의 기업 원화대출금 규모의 약 4분의 3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 대출금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3% 정도로 우리은행과 비슷하다. 중소기업 원화대출금이 86조8200억원, 대기업은 18조876억원 수준이다.
지난 5월 감독원이 선정한 38개 주채무계열별 주채권은행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두고 있는 곳은 삼성, 엘지, 한화, 포스코, 씨제이 등 11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산업은행으로 10곳의 주채권은행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SC은행 순이었다. 농협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주채무계열이 한곳도 없었다.
농협은행은 농협 특성상 기업 여신의 산업군에 있어서도 농업이나 농식품 등의 비중이 많으며 해당 산업군의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만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주채권은행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은행과는 상반된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농협은행 역시 최근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매금융의 경우 리테일은 특히 디지털 플랫폼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돼가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전통 은행을 품고 있는 금융지주들은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 농협은행 출연금 규모 우리은행의 1.4배
기관영업의 면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업금융은 은행의 대출자산과 관련된 영역이라면 기관영업은 주로 관공서 예산을 은행에 예치함에 따른 은행 예수금과 연결된 부분이다. 기관영업 현황 가늠이 가능한 지표인 대학, 병원, 지자체 출연금의 경우 올해 2분기 말 기 우리은행은 410억원, 농협은행은 565억원이다. 농협은행 출연금 규모가 우리은행의 138% 정도다.
은행 기관영업의 경쟁력과 그 크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유치다. 올해 초 기준 전국의 도·시·군·구·교육금고(1금고) 총 260개 중 농협은행이 유치하고 있는 금고의 개수가 182개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타 시중은행들과는 순위를 매기지 못할만큼 그 격차가 클 정도로 독보적이다.
17개 도금고 중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는 곳은 10곳이며 75개 시금고 중에서는 68곳이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다. 군금고에서는 압도적이다. 82개 중 82개 전부가 농협은행을 금고은행으로 지정하고 있다. 69개 구금고 중에서는 6곳이 17개 교육금고 중에서는 16곳이 농협은행을 지정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중요한 정부 및 주요 공공기관 내에도 지점을 두고 입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실에도 농협지점이 있다. 또 대학교 입점 역시 농협은행은 국립대학교를 위주로 많은 영업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부산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 충북대학교 등 총 19개소의 대학교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농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관영업에서의 영향력이 약한 편이다. 지난해 서울시 금고 쟁탈전에서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100년 넘게 서울시의 1금고로 자리를 유지해왔으나 2019년 신한은행에 1금고 지위를 뺏긴 후 지난해에는 2금고 자리도 넘겨줬다.
은행들의 이같은 지자체 금고 점유율은 단기간 뒤바뀌지 않는 영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은 쉽지 않은 영역"이라며 "3~4년에 한번씩 새로 금고은행을 선정하고는 있으나 지자체들 입장에서 거래하고 있는 은행 대신 새로운 은행과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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