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주식운용 첨병, 역발상 투자 조상현 현대운용 본부장성장가치주 선호…현상 이면 파악후 연결 추구
윤종학 기자공개 2023-12-15 08:23:14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2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산운용이 주식운용부문을 키우고 있다. 설립 초기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운용에 강점을 지닌 하우스였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강소기업 펀드를 필두로 트랙레코드를 쌓아 운용자산(AUM)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신사업으로 진출했던 ETF 비즈니스를 재개하며 리테일 공략에도 시동을 건다.현대자산운용의 주식운용부문 성장을 이끌 인물로 조상현 본부장(사진)이 꼽힌다. 조직 재편 시기에 맞춰 외부에 영입된 조 본부장은 20년 동안 투자업계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주요 액티브 하우스에서 활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대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를 총괄하며 새롭게 진출한 ETF운용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외국계·액티브 하우스까지 두루 거친 '팔방미인'
오랜 매니저 생활을 해온 조상현 본부장은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운용업에 종사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1978년생인 조 본부장은 '3저 호황' 이후 불황의 늪에 빠진 90년대 접어들며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조 본부장은 "경제가 냉각기에 접어들며 TV에서는 연일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캠페인이 등장했다"며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던 당시 도대체 경제가 뭐길래 살려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지 알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경제학과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다만 1997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정작 투자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동아리 밴드활동을 하며 학교생활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투자업계에 입문하게 됐다. 4학년 시절 한 학번 위 선배가 운용전문인력(현 투자자산운용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함께 연수과정에 등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험을 권유했던 선배는 떨어지고 조 본부장은 시험에 통과하며 진로를 결정했다.
조 본부장은 2004년 2월 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신영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영증권 상품개발팀에서 1년 4개월 정도 ELS발행 업무를 담당하며 금융공학을 접했다. 이후 운용을 직접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2005년 골든브릿지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해당 운용사도 주식운용에 오랜 경력이 쌓이지 않던 시기여서 운용업무 전반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주식 리서치 및 운용업무를 시작해 공모주 사모펀드 위주로 약 500억원을 운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좀 더 체계적으로 운용을 배우고 싶어 2007년 외국계 하우스인 PCA자산운용(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으로 이직했다. 이 곳에서도 리서치와 운용업무를 이어가며 3년차 정도부터 공모주 사모펀드를 운용하게 됐다. 이 밖에 사이즈가 작은 공모펀드 등도 운용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4년 액티브한 운용에 눈을 뜨며 당시 액티브 주식의 명가로 꼽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다. 현재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그룹장인 이양병 그룹장과의 인연도 이 곳에서 맺게 됐다. 이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쓰운용 팀장을 거쳐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투자스타일 및 철학: 성장가치주 투자 기반 역발상 스타일 선호
조상현 본부장은 오랜 매니저 기간을 겪으며 투자스타일도 변화했다. 과거 저평가된 종목을 선호하는 가치투자에 주목했다면 현재는 성장가치주 전략에 가깝다. 출생률 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이슈에 주목해 합리적 가격대의 성장가치주를 선호하게 됐다.
타 매니저와 차별점으로는 역발상 스타일을 꼽는다. 조 본부장은 "소음과 군중심리에 되도록 휩쓸리지 않으려 하는 동시에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방식의 투자를 선호한다"며 "표면적 의미보다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 투자로 연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종목 이슈를 좇기보다는 해당 이슈가 불러올 수 있는 섹터주, 턴어라운드 시기, 변곡점 등 다양한 변화를 주목한다. 최근 이슈였던 에코프로비엠 종목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했다. 예컨대 수주 공시가 나왔을 때 호재냐 아니냐만 판단하기보다 해당 물량을 감안했을 때 에코프로비엠이 아닌 섹터 종목들까지 영향을 미칠지를 판단했다.
또한 투자 종목을 선별할 때 타인의 의견에 따라 매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컨퍼런스 콜이나 증권사 리포트를 참조할 수는 있지만 그 의견에 따라 종목 매수까지 진행하지는 않는다. 당장에는 종목 발굴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달라지는 시장 상황에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조 본부장은 "벤치마크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이러한 스타일을 실제 적용시키는 것이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매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적어도 투자에 대한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트러스톤·삼성 대표 펀드 성과…조 단위 연기금 운용 경력
조상현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트랙 레코드를 쌓게 된 것은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이직하면서다. 앞서 골든브릿지자산운용,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등에서 펀드를 운용했지만 대부분 사모펀드 형태에 공모주 투자 펀드 위주였다.
조 본부장은 2014년 트러스턴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트러스톤 칭기스칸 증권투자신탁'을 운용했다. 2008년 출시된 칭기스칸 펀드는 꾸준히 벤치마크 및 유형펀드 대비 높은 성과를 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다.
성장주와 가치주에 고루 투자하며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정통 액티브 펀드로 한 때 설정원본이 9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조 본부장이 해당 펀드를 맡던 시기에도 2000억원대 설정원본을 유지하고 있었다. 펀드 운용을 그만 둔 2017년 5월 기준 최근 1년 수익률도 25% 수준으로 양호한 운용성과를 거뒀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서는 '삼성통일코리아증권모투자신탁', '삼성스트라이크분할매수증권투자신탁' 등의 책임운용역을 맡아 총 2400억원 수준의 액티브 공모펀드를 운용했다. 이에 더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퇴직연금액티브증권모투자신탁'의 위탁운용을 담당하기도 했다.
조 본부장은 공모펀드 외에 주요 연기금 및 보험사 등 기관 자금을 대규모로 운용하기도 했다. 정확한 레코드를 기술하기는 어렵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주요 연기금 자금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했다. 또한 삼성액티브운용에서도 주요 연기금으로 구성된 800억원 수준의 펀드를 맡아 3000억원까지 키우기도 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기관자금 유치 방점…ETF 신규 출시 계획
조상현 본부장은 다양한 운용사에서 포괄적으로 상품을 다뤄본 경력을 갖추고 있어 하우스를 총괄하며 성장시키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현대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계기 역시 외형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 상황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산운용은 2021년 10월 주식운용그룹을 신설해 운용자산 확대에 집중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주식운용 하우스로서의 철학과 프로세스, 상품 개발 인프라 등의 여건을 갖추는데 공을 들였다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AUM을 확장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주식형 펀드와 일임 규모는 각각 559억원, 2539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2월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747억원, 일임 계약고는 3901억원까지 확대됐다.
조 본부장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는 대표 펀드 중심으로 기관자금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대표 펀드인 '현대강소기업 증권자투자신탁 1호'는 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중소기업에 투자한다.
이 펀드는 누적수익률 309%, 최근 1년 수익률 23.7% 등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 설정액이 100억원대 아래로 빠지는 등 성과 대비 자금유입이 부진했지만 올해 들어 3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반전됐다. 기관투자자의 기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트랙레코드를 쌓은 만큼 기관 자금 유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ETF 라인업 확충도 핵심 과제다. 조 본부장은 주식운용본부를 총괄하며 1호 상품인 '현대 UNICORN R&D 액티브'ETF의 운용을 맡았다. 또한 1호 출시 16개월만인 2023년 11월 '현대 UNICORN 생성형AI 액티브'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 ETF 라인업이 2개 뿐이지만 2024년 4개 상품을 추가로 상장시킬 예정이다.
조 본부장은 "주식운용부문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상황에서 합류한 만큼 운용 사이즈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아직 규모가 작지만 ETF 상품 수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각 매니저별 경쟁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운용 인력 배치에도 힘써 전체 주식운용 파이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노랑통닭 운영' 노랑푸드 매각 착수, 삼정KPMG 맞손
- [달바글로벌은 지금]유가증권시장 향하는 뷰티기업, 에이피알 '판박이' 전략
- 삼성·키움까지…증권사 VC 협회 릴레이 가입 '왜'
- 코스포, 일본 진출 조력자로…현지 답사 첫 진행
- [VC 투자기업]씨너지, 132억 프리A 브릿지 투자 유치
- [아이지넷, Road to IPO]'보험+핀테크' 결합…인슈어테크 1호 상장 노린다
- [VC 투자기업]빅오션이엔엠, 뮤지컬 제작사 T2N미디어 인수
- 한화생명,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HUG 금리 여파 '촉각'
- HS효성첨단소재, 3년만에 '공모채' 노크…차입만기 늘린다
- [IB 풍향계]위기설 '해프닝' 롯데, 조달 전선 영향은
윤종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한세실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향미 칼라앤터치 대표, 원단사업 투트랙 전략 주도
- [2024 이사회 평가]경영성과 양호한 동서, 이사회 시스템 구축 '미흡'
- [2024 이사회 평가]평가개선 우수 호텔신라, 경영성과 개선 과제
- [2024 이사회 평가]CJ대한통운, 우수한 참여도 속 아쉬운 '평가개선'
- [thebell note]이상고온과 날씨경영
- [한세실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정순영 총괄법인장, 중미 수직계열화 최우선 과제
- [유통가 인사 포인트]CJ, 위기의식 반영 임원인사 단행...허민회 그룹 소방수 역할
- [한세실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신수철 총괄법인장, 핵심 생산기지 '베트남' 사령탑
- [한세실업을 움직이는 사람들]'현장형 리더' 김경 대표, 섬유산업 위기 속 믿을맨
- '주인 바뀐' 푸드나무, 이사회 재편…펫푸드 힘 싣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