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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적 드래그앤콜 시대의 종언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3-12-19 07:58:11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드래그앤콜(Drag&Call) 옵션, 이 생경한 M&A 용어가 최근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가 됐다. SK그룹이 11번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해당 조건 실행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특히 같은 그룹 계열사에 동일한 구조로 투자했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드래그앤콜 옵션은 국내 M&A 시장에서 기형적으로 탄생한 측면이 강하다. 최근 5년간 국내 자본시장은 유례없는 유동성 홍수의 시대였다. 대기업들은 돈을 가려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었다. FI 입장에선 돈을 빌려주고 제때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간편한 방식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설정이다.

다만 이는 대기업 입장에선 탐탁지 않은 조건이다. 회계기준 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위에 있던 기업들은 풋옵션을 선호하지 않았고 FI들은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바로 이때 대체재로 사용했던 옵션이 바로 드래그앤콜이다.

대기업에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되 해당 권리 미행사시 FI들은 대주주 지분까지 모두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 권리를 가져갔다. 그 근간에는 대기업에 대한 관성적 기대도 자리 잡고 있었다. 시쳇말로 대기업이 체면이 있지 펀드에게 계열사 경영권을 넘기겠냐는 인식이 은연중에 깔려있다.

관성적 거래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별 탈 없이 성과를 내왔다. 이 역시 유동성 홍수의 시대가 낳은 착시였다. 뭘해도 자금회수가 잘되던 시기였으니까. 결국 언제 터져도 터질 문제가 11번가 사태로 표면화됐다는 것이 많은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FI들은 시장과의 신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 계약은 당사자 간 사적 거래에 해당한다. 심지어 콜옵션 행사 여부는 온전히 이해관계자의 실익에 따라 선택이 가능한 계약상 권리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드래그앤콜 조건은 더 이상 거래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대답은 'No'다. 오히려 관성적 기준에서 벗어나 더 정교하게 변모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FI들은 이 이 조항을 넣을 때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투자 대상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더욱 고도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성장성이 아닌 현재의 현금 창출력, 그룹 내 타깃 계열사의 위상 등을 더 면밀히 살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최근 거래가 완료된 CJ 계열 CJ푸드빌 역시 FI 유치 과정에서 드래그앤콜 조건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은 현재 CJ그룹에서 CJ올리브영과 함께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비상장 계열사다. 여기에 매년 수백억원대 이익을 내고 있다. FI 역시 확실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나온 결과물이다.

FI들은 항상 시행착오 속에 성장해 왔다. 최초 드래그얼롱 논란의 시발점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후 드래그얼롱 조건 삽입 시 계약 내용이 더욱 상세하고 정교해졌다. 11번가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떻게 끝을 맺느냐도 정말 중요한 이벤트다. 과연 SK와 FI에게 이 딜은 어떤 결과물로 남을까. 또 시장에 어떤 이정표가 될까. 그 끝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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