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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넘긴 이재용] '그룹' 회장의 글로벌 경영 시동, 중동 방문 효과 '빛''전자 계열+삼성 관계사' 묶는 리더십 발휘, 현지 사업기회 창출 지속

김경태 기자공개 2024-02-08 09:33:33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행보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행선지는 UAE다. 이 회장은 불가피한 일이 발생한 때가 아니면 명절 연휴에 글로벌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한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차원에서의 해외 현장 방문이다. 다만 이전보다 시사하는 바가 많아 보인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소송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이뤄진 행보다. 사법 족쇄를 풀어내자마자 그룹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현지 프로젝트 수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발벗고 나선 모양새다.

◇대법원 판결 직후에도 1심 선고 이후에도 택한 '중동'

이 회장은 전날(6일) UAE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출장에는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경영지원실 글로벌공공업무 실장이 동행했다. 이 회장은 중동 지역을 방문한 뒤 동남아시아 사업장을 찾아 사업을 점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과거부터 명절 연휴 기간에도 글로벌 출장을 통해 사업을 챙긴 바 있다. 2014년에는 미국을 방문해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2016년 설 연휴에는 미국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미팅을 했다.

그 후로도 법정 구속으로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됐던 시기가 아닌 한 명절에 글로벌 사업장을 방문했다. 선진국을 찾은 적이 있지만 격오지로 꼽히는 지역 방문이 많았다. 특히 중동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2019년 추석 연휴에는 삼성물산이 진행하는 리야드 지하철 건설 현장을 찾았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 소송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난 이후 첫 해외 출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중동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추구하면서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설에는 브라질의 삼성전자 마나우스, 캄피나스 공장을 방문했다. 2021년에는 사법 리스크로 해외 행보가 어려웠다. 2022년 추석에는 삼성전자 멕시코 케레타로 가전 공장,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살폈다. 이어 파나마를 찾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예방하고 삼성전자 파나마법인에서 중남미지역 법인장 회의를 열었다.

작년에는 중동 방문이 두드러졌다. 설 연휴 직전 UAE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다. 이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대통령과 글로벌 CEO와의 대화' 등을 조력했다. 추석에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를 방문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사업장을 점검했다. 사우디에서는 네옴시티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찾았다.

◇'전자' 아닌 '그룹' 회장 면모, 현지 네트워크 강화

이 회장이 중동 지역을 찾는 일차적인 배경으로는 사업적 기회가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주요 중동 국가들은 '탈석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네옴시티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거대 자본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어 삼성이 기회를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이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다. 그의 직함은 삼성그룹 회장이 아닌 삼성전자 회장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의 해외 사업장을 챙기며 그룹 전체를 묶는 리더십을 확고하게 다지는 효과가 있다.

이 회장이 현장 경영을 통해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그는 국내 재벌 총수 중 특히 사우디와 UAE에서 독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2019년 6월 사우디 최고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이하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했다. 같은 해 추석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빈 살만 왕세자와 석 달 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작년 10월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UAE의 경우 국내에서 세계적인 부호로 유명한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을 비롯한 고위층과 친분이 있다. 이 회장이 2022년 회장에 취임한 뒤 첫 해외 출장지도 UA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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