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H129와 에테르노 청담,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등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유명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들이 거주한다는 하이엔드 공동주택에 붙은 단지명이다. 매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순위에서 상위 10위권에 드는 이름들로 올해는 100억원 넘는 주택만 3곳이다.분양값만 수백억원인 하이엔드 공동주택의 공통점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건설사 브랜드가 단지명에 붙지 않았다는 점이다. PH129와 에테르노 청담은 현대건설, 나인원한남은 롯데건설이 시공했다. 한남더힐도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지었지만 하이엔드 공동주택에선 건설사 브랜드를 찾긴 쉽진 않다.
여기엔 하이엔드 공동주택을 공급한 디벨로퍼들의 철학이 일부 담겼다. 최근 공시가격 상위권의 공동주택을 공급한 한 디벨로퍼 관계자는 "입지나 가격, 내부 시설 등 모든 것에서 차별화를 뒀는데 단지명에서도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냐"며 "일례로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번지수를 단지명에 넣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PH129(청담동 129번지)나 나인원한남(한남대로 91)뿐 아니라 수많은 하이엔드 공동주택이 번지수를 단지명에 담고 있다. 집을 짓는 건설사가 아닌 집이란 상품의 가치, 더 나아가 거주하는 입주민을 고려한 디벨로퍼의 차별화 지점이다. 이는 주택을 상품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단순 생산자(건설사)가 아닌 공급자(디벨로퍼) 그리고 사용자(입주민)의 가치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서 건설사 브랜드는 중요한 듯하다. 최근에는 금호건설이 '어울림'과 '리첸시아'를 대신해 '아테라'라는 브랜드를 새로 발표했고, HL디앤아이도 '한라 비발디'를 대신할 '에피트'를 선보였다. GS건설도 오랜 시간 사용했던 브랜드 '자이'의 이미지 쇄신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집값의 프리미엄을 더하기 위해 브랜드뿐 아니라 앞뒤로 ~뷰(view)나 ~에듀(edu) 등 의미부터 설명해야 하는 펫네임들이 붙는 단지명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특정 동네와 인접한 지역에 있다고 방위를 붙여 '서반포'라는 이름을 검토했단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시가격 상위권의 하이엔드 공동주택 단지명이 유명 건설사 브랜드나 많은 펫네임들이 붙지 않는 점은 다시 한번 되짚어볼 일이다. 물론 입지 환경이 브랜드를 넘어서는 요소일 수 있지만 개발 단계부터 입주민을 고려한 설계나 시공, 하자보수 등의 노력은 모든 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로 이어질 것이다. 특정 브랜드에 집값이, 입주민의 욕망이 녹아들지 않는 공동주택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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