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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F 포트폴리오]'안정성 무게' KB증권, 보증 유무 최우선 고려2조 신용공여에도 불확실성 미미, 리스크 관리 전담조직 선제적 운영

전기룡 기자공개 2024-09-24 07:38:34

[편집자주]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기다. 레고랜드 사태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들은 각기 다른 투자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투자 섹터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특징적인 대목이다. 또 대출 주선에 매진하는 한편 자기자본을 활용해 초기 단계부터 투자를 집행하는 곳들도 나타났다. 더벨은 PF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은 오랜 기간 '안정성'에 무게를 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책을 고수해 왔다. 덕분에 레고랜드 사태와 태영건설 워크아웃이라는 격변기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현재 KB증권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보증 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경에도 그간의 방침이 주효했다.

단순히 안정성만을 좇는 것은 아니다. 6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토대로 상당한 규모의 시딩북(Seeding book)을 운영 중이다. 지금과 같은 경색기에도 시딩북 한도 내에서 직접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KB증권이 선제적으로 별도의 리스크 관리 전담조직을 운영해 왔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4본부·13부' IB3총괄본부, 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

IB3총괄본부는 KB증권 내에서 PF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 조직이다. 올해 새롭게 IB3총괄본부장으로 취임한 문성철 전무가 조직을 이끌고 있다. 산하에는 구조화금융본부와 부동산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 대체금융본부가 위치한다. '4본부·13부' 형태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대형 조직인 만큼 부동산 PF에 신용공여한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 8월말 기준 KB증권은 47개의 유동화증권을 활용해 2조1369억원 상당의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2조5439억원) 대비 16%(4070억원)가량 줄어들었지만 메리츠증권(2조5560억원)에 이어 업계 2위에 해당한다.

다만 신용공여한 규모에 비해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증권이 오랜 기간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부터 확실한 보증 수단이 담보되지 않을 시 투자를 지양해왔다. PF 시장이 경색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잡음이 전무했던 이유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KB증권은 대형 시공사가 책임준공확약 혹은 연대보증 방식으로 신용도를 보강한 사업장에 한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 유무도 투자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기조가 수립돼 있다.

대표적으로는 올 2분기 1000억원 규모의 대출이 실행된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이 언급된다. 대우건설이 시공사로서 서울 성북구 장위동 68-37 일원에 지하 4층~지상 35층, 19개동, 공동주택 2004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이 연대보증을 제공해온 만큼 IB3총괄본부도 회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진주시 여객자동차터미널부지 주상복합 개발사업'에도 올 5월 참여했다. 시공사인 흥한주택종합건설이 우량 시공사에 해당하지 않지만 대출금이 미상환될 시 HUG가 채무보증을 이행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투자를 단행했다. 사업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 594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39층, 4개동, 84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게 골자다.

◇시딩북 자체 운영, 자기자본 대비 0.6% 내 한도 설정

단순히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건 아니다. 우량한 자기자본에 의거해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KB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12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자기자본이 5조원을 상회한 이래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자기자본의 성장세에 힘입어 PF 우발부채를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

IB3총괄본부가 자체적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딩북의 한도를 늘리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시딩북이 일반적으로 자기자본의 0.6% 한도 내에 운영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상규모가 300억~400억원 정도로 산출된다. 한도 수준까지 시딩북을 소진하지 않지만 우량한 사업장을 발굴할 시 언제라도 투자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재도 다수의 프로젝트금융투자(PFV)에 투자한 이력이 확인된다. 일례로 KB증권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345-26번지 일원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가산랜드마크데이터센터PFV'에 보통·종류주 투자를 단행했다. 시공사는 DL이앤씨다.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에 '건설중인자산'이 포함돼 있는 만큼 공사가 진척되고 있는 상황으로 유추된다.

'부평PFV'와 '엠티브이반달섬씨원개발PFV'에도 각각 보통주, 종류주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국토지신탁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718-5 일원에 위치한 '멀티캠퍼스 역삼'을 인수하기 위해 설정한 '케이원제23호역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도 종류주 투자자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딩북 투자가 고위험·고수익군에 해당하지만 별도의 전담조직인 리스크심사본부를 운영해온 덕에 익스포저의 현실화 가능성은 미미한 편이다. 리스크심사본부는 이종철 전무를 필두로 기업금융심사부와 대체투자심사부, 투자자산관리부 등 산하 조직들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B증권이 '롯데건설 유동성 프로젝트'에 중순위 트랜치로 참여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심사본부의 의사결정 단계를 거쳤다. 해당 프로젝트는 롯데건설이 연대보증한 17개 사모사채를 기초자산으로 2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대규모 조달에 동참해 시장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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