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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몸집 불리는 이노션, 운전자본 축소에 현금흐름 개선올 상반기 차입금 1000억 늘려…풍부한 현금에 순차입금 마이너스

박완준 기자공개 2024-10-17 07:32:0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며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광고비 집행이 줄어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예상에도 안정적인 계열사 물량을 발판으로 순항 중이다. 또 미주와 유럽 중심의 신규 광고주 확보에 힘쓰며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한 영향이다.

이노션은 그간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해 온 만큼 M&A를 통해 다시 한번 성장성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노션은 2026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1조3000억원의 매출총이익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차입금을 늘리며 현금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신사옥 투자에도 재무 튼튼…안정적인 실적 '뒷받침'

이노션은 올 상반기 매출 1조96억원, 영업이익 67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1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은 445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 성장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한 것으로 광고업계가 주요 실적 지표로 삼고 있다.

이노션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중심 광고 확대와 해외지역 실적 호조로 매출총이익이 순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주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이 환율 효과에 따른 이익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2분기 기준 이노션의 지역별 매출 비중은 미주 54%, 한국 23%, 유럽 12%, 신흥시장 10%, 중국 1%다.

이노션의 현금창출력도 꾸준히 상승했다. 올 상반기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 9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911억원)보다 소폭 늘어났다. 다만 운전자본 투자 항목 등을 제외한 실질적인 현금흐름인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같은 기간 312억원에서 1933억원으로 6배 이상 불어났다.

NCF가 늘어난 배경에는 효율적인 운전자본 운영이 꼽힌다. 운전자본은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다. 올 상반기 이노션의 운전자본은 마이너스(-) 6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매입채무 비용이 줄어들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한 결과 운전자본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잉여현금흐름(FCF)은 신사옥 투자로 차입금을 늘리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FCF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에서 세금과 영업비용, 자본적지출(CAPEX), 배당지급액 등을 차감한 수치다. 올 2분기 이노션의 FCF는 마이너스(-) 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적지출(CAPEX)이 신사옥 토지 매입 등의 이유로 1849억원이 투입된 영향이다.

이노션은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앞세워 차입금을 늘리며 현금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올 상반기 말 이노션의 총차입금은 13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99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그럼에도 2197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탓에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877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이너스 순차입금은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50.3%, 11.2%로 집계됐다.


이노션 관계자는 "올 하반기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 등을 감안해 비용 효율화와 자본 배분의 최적화에 방점을 둬 재무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강남역 인근에 마련한 신사옥 토지는 2028년 입주를 목표해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등 현금흐름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관비 대폭 확대…디지털 역량 강화에 '총력'

이노션은 판매관리비(판관비) 지출을 늘리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디지털 기업 중심의 M&A를 추진하면서 인력이 늘어나고 인건비가 뛴 영향이다. 이는 2026년까지 매출총이익 1조300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노션의 전략 키워드는 '해외 법인과 M&A'다. 지난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해외법인을 신설하고, 디지털 마케팅 기업 '디플랜360'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 초에도 소셜 마케팅 풀서비스 에이전시 '이노션에스'를 설립했다. 이에 이노션의 종속회사는 지난해 초 36개에서 올 상반기 42곳으로 늘어났다. 규모를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늘어난 계열사에 이노션의 판관비는 늘어났다. 앞서 이노션의 판관비는 2019년까지만 해도 3000억원대 후반에 그쳤지만, 2022년(6282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60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올 상반기 판관비도 3782억원으로, 전년 동기(3295억원) 대비 487억원 늘어났다.

이노션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2026년까지 CDM(크리에이티브·콘텐츠, 디지털·데이터, 메타·모빌리티)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해 실적 상승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다만 불확실한 경기에 추가적인 M&A 시점은 향후 2~3년 후로 점쳐진다.

이노션 관계자는 "신규 투자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선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불확실한 경제 전망 등을 감안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무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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