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보드]사조그룹, 전직 임원 사외이사 여전…독립성 물음표③그룹 출신 한상균·김정수 사조산업 사외이사 재직, 소액주주 문제제기에도 변화 없어
김지효 기자공개 2024-10-28 08:08:09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07:1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대주주 또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이사회 내부에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 같은 역할을 맡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다.하지만 사조그룹은 여전히 이사회의 독립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조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은 여전히 그룹 출신 임원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조산업 사외이사, 그룹 전직 임원이 과반 차지
사조산업의 사외이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3명이다. 이 중 2명은 사조그룹 출신이다. 한상균 이사는 1986년부터 2006년까지 사조씨에서 관리본부장,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사조산업 관리본부장, 이후 2011년까지는 사조대림 경영본부장을 지냈다.
한 이사는 2020년부터 사조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같은 시기 사조대림 사외이사로도 임기를 시작했다. 두 곳 모두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통해 현재 5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계열사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법에는 3년 이내에 계열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였던 자는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이사가 사조대림 경영본부장을 맡은 시기를 고려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사외이사는 2곳까지 겸직할 수 있기에 이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정수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김 이사는 사조씨푸드,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그가 사조산업 대표이사에서 2020년 내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 자격요건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룹 출신 인사에게 최대주주를 견제하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룹에 20년 넘게 몸담았던 만큼 기업에 대한 이해도는 높겠지만 그만큼 최대주주, 경영진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사조그룹 사내이사 출신이 아닌 임중근 이사도 사조그룹과 앞서 인연을 맺었던 이력이 있다. 그는 앞서 2014년 3월부턴 2017년 3월까지 사조동아원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KPMG코리아 대표, 허드슨 컨설팅 대표를 지냈다.
특히 사조산업의 경우 상근감사를 별도로 두지 않고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사외이사 3인이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사위원의 핵심역할은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이익 추구를 감독하고 방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조산업의 경우 독립성에서부터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문제제기도 이미 있었다. 2021년 9월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사조산업의 이사회 구성 등을 문제 삼아 사조산업 임시주주총회에서 해임을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당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ESG경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IR도 약속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지만 사조산업 이사회는 변화가 없다.
한상균 사외이사가 재직중인 사조대림도 그룹 출신 사외이사 계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조대림은 앞서 이명성 사조오양 및 사조시스템즈 전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재직했다. 이후 한 이사가 사외이사 바통을 넘겨받아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조그룹 출신 사외이사 비중 점차 축소, 사조오양 소액주주 반발로 이사회 재편
사조그룹의 상장사 5곳 중 사조산업, 사조대림 이외에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사조오양에는 현재 그룹 출신 사외이사가 재직하고 있지 않다. 물론 과거에는 그룹 출신 임원들이 사외이사로 재직한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사조씨푸드에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사외이사로 재직한 백종훈 전 이사는 2006년 사조레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지냈던 박길수 전 이사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사조씨푸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조오양도 이전에는 그룹 출신 임원들이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박길수 전 이사는 사조씨에스 대표이사를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지냈고 이후 2010년까지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사조오양 사외이사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등재돼있었다. 박 전 이사 전에도 사조산업 출신인 백종훈, 이성필 전 이사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조오양은 최근 10년 사이 사외이사 선임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2022년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및 소액주주의 추천으로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 그는 그간 참여한 이사회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사조산업 측은 계열사 전임 임원을 선임하는 이유와 관련해 "당사가 영위하는 비즈니스가 속한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지고 있고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 및 운영에 대해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당사의 영리활동을 하는 산업군에 다양한 네트워크와 인맥을 가지고 있어 비즈니스 기회나 파트너십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경영 경험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등 당사가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재선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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