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존 이사회 점검]태양 '새 5% 주주' 등장,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②10년 전 행동주의 펀드 경영권 견제 위해 지분 매입 사례 회자
김지효 기자공개 2024-11-04 08:12:29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08: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썬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양과 승일의 이사회는 그간 오너인 현창수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이같은 최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이 났다.하지만 최근 태양에 또 다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태양의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새로운 주주가 등장하면서다. 탄탄한 실적이 밑받침되는 만큼 사모투자펀드(PEF) 운영사나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창수 대표 이사회도 장악, 경영권 승계 핵심인 장남 이사회 진입은 '아직'
태양의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의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총원의 25%만 두면 되지만 태양은 이같은 기준을 초과해 달성하고 있다. 승일도 태양과 같은 구조로 이사회가 운영되고 있다.
태양과 승일이 현재의 이사회 구조를 갖춘 건 2020년 3월부터다. 기존에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등 총 4명으로 이사회가 운영됐지만 2020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했다. 추가로 감사위원회 제도까지 도입했다. 회사 측은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당시 한창 진행중이었던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현 대표는 태양과 승일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현 대표의 가족들도 여전히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태양 사내이사로 재직중인 임춘택 부사장과 승일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백상조 이사는 각각 현 대표의 매제와 처남이다.
다만 가장 유력한 경영 승계자로 꼽히는 현 대표의 아들들은 아직 태양과 승일의 이사회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비상장사인 세안에만 현 대표의 장남인 현성욱씨가 2009년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5% 주주의 등장, 또다시 경영권 분쟁?
아직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지 않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세력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태양에 5% 이상 가진 새로운 주주가 등장하면서 이 같은 시선에 불씨를 당겼다. 윤권화씨는 태양 주식 42만9999주를 보유하면서 지분율 5%를 확보했다.
회사 측은 새롭게 지분 5% 이상 소유 주주로 등장한 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태양 측 관계자는 “아는 바가 없다”며 “일반 주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 같은 새로운 5%이상 지분 소유 주주의 등장이 지배구조 변화의 시그널이라고 본다. 이 전문가는 “현재는 최대주주 일가가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 구도가 불명확한데다 현재 실적과 주가를 감안하면 사모투자펀드나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다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아닌 5%의 주주가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앞서 행동주의 펀드들로부터 경영권 견제를 받았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태양의 5% 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주식농부’로 불리는 그는 소액으로 주식에 투자해 1000억원대 자산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태양이 세안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태양과 세안을 합병해야한다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과 국내 페트라자산운용으로부터 경영권 견제를 받았다. 이들은 지분 5% 이상을 확보하며 태양의 정기 주주총총회에서 감사 후보도 추천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지효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그룹 & 보드]'2세 경영' 덕산홀딩스, 오너의 계열사 대표 겸직 확대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소송 당한 '자사주 공개매수' 이사회 멤버 살펴보니
- [thebell interview]“이사회 다양성, 기업 생존과 성장 위한 전략적 요소”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동오그룹, 오너 3세로 핵심계열사 경농·조비 엮었다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공구용 줄자 1위 코메론, 이사회 독립성·견제기능 무색
- [Board change]DS단석, 자산 2조 기준 웃도는 이사회 소위원회
- [그룹 & 보드]코오롱그룹, 이사회 중심엔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
- [2024 이사회 평가]빙그레, 발군의 경영성과…아쉬운 이사회 구성
- [2024 이사회 평가]IMM PE 체제 하나투어, 평가 없는 이사회 운영 '아쉬움'
- [2024 이사회 평가]롯데렌탈, 적극적 이사회 활동… 경영성과 '옥의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