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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무정책, 패러다임이 바뀐다 한도성여신 금융비용 증가·유산스 자동연장 힘들 듯

김현동 기자공개 2010-06-21 07:00:02

이 기사는 2010년 06월 2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Ⅲ는 기업의 재무정책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 및 유동성 공여약정의 미사용금액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고, 부외거래 대상인 지급보증·무역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유동성 자산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발표한 '자본 및 유동성규제 개편안' 가운데, 기업 재무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신용공급 규모 축소.."한도성여신은 유동성 리스크"

먼저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이 도입됨에 따라, 은행의 신용 공여한도 절대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레버리지 비율은 지급보증·약정·신용공여한도(credit line)의 미사용한도 금액에 대해 100% 자본을 적립하도록 했다. 이미 바젤Ⅱ에서 한도성 여신의 미사용한도에 대해 일정부분 자본을 적립토록 했었지만, 바젤Ⅲ는 미사용한도 전액에 대해 자본을 쌓도록 한 것이다.

레버리지비율이 은행의 신용공급 규모를 억제한다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기업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LCR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자금이탈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LCR에서 기업금융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업에 제공한 유동성공여약정 미사용금액 전액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가정이다.

BCBS는 "비금융 기업에 제공한 유동성공여약정에 대해, 은행은 약정의 미사용분 전액(100%)에 상당하는 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고 가정했다. 1000억원의 유동성공여약정 가운데 미사용금액이 500억원이라면, 500억원 만큼의 유동성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글로벌 금융감독 당국이 약정 미사용한도에 대해 100%의 자금유출 가능성을 가정한 것은,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그 같은 가능성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2008년 4분기에 353조원이던 국내 은행 난외계정의 약정금액이 2009년 1분기에 386조원으로 33조원 급증했다('국내은행 난외계정 약정' 그래프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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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경색 상황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약정규모를 늘려달라고 하면서, 미사용한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도성 여신을 그 동안 신용리스크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는데 앞으로는 유동성 리스크로 봐야 한다"면서 "한도성 여신에 대한 금리를 정할 때 미사용분을 감안해서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당좌대출이나 구매자금 대출 등 한도성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또 자금계획을 잘못 세울 경우, 금융비용 부담이 그 만큼 늘어나게 된다.

◇ 무역금융 패러다임 전환..외화채권 직접 발행해야

또 바젤Ⅲ가 기업 재무정책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무역금융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LCR은 위기상황에서 금융회사 간 크레딧라인을 통한 현금유입액을 0%로 가정한다. 동시에 지급보증이나 신용장(L/C) 개설, 기타 무역금융 상품 등 우발 부채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L/C 개설요청에서 매입외환·내국수입유산스(usance) 등으로 이어지는 무역금융이 위기상황에서 은행 유동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BCBS는 '공개초안'에서 "우발 자금공여 채무의 일부는 스트레스 시나리오에서 가정하는 유동성 위기와 항상 연관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발 채무가 확정 채무가 되는) 유동성 유출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인식전환의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 금융감독 당국이 무역금융같은 우발 채무를 잠재적 유동성 위협요인으로 파악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컸다. 유례없는 신용경색 사태로 인해 은행간 단기 (외화)자금시장인 머니마켓이 마비되자, 은행들은 수출입금융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당시 국내 은행권의 사정이 이랬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분기까지 큰 폭으로 늘어났던 국내 은행의 매입외환와 내국수입유산스는 단기외화조달이 막히자 급속도로 위축됐다.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이 머니마켓에 직접 외화자금을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한국은행은 미 연준(fed)과의 통화스왑 자금 300억달러를 머니마켓을 통해 투입했고, 기업어음(CP) 발행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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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전까지 매입외환·유산스 등은 자동결제성 자금으로, 결제불이행 위험이 낮아 우발 채무로 여겨졌다. 하지만 바젤Ⅲ에서 무역금융 상품은 차주의 결제불이행 위험이 분명히 존재하는 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

기업 입장에서 무역금융 상품은 만기가 자동으로 연장되는 상품이었는데, 앞으로는 만기 연장을 100%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외화유입이 막히면서 매입외환 만기연장에 애를 먹었다"면서 "바젤Ⅲ가 도입되면 은행의 환골탈퇴와 함께 기업의 재무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리스크와 유동성 리스크를 은행에 맡긴 채, 조달금리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단기 조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젤Ⅲ 체제에서는 기업 스스로 중장기 외화채권을 발행해 환리스크와 유동성 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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