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04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잊혀가던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다시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은행 외 9개 금융사가 올해 7월말부터 약 2170억원의 PF대출채권 매각에 나섰기 때문이다. 8월초 진행한 예비입찰에는 6곳의 원매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특히 중소 시행사 외에 케이클라비스가 참여하면서 앞으로 있을 본입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입찰참여자와 부동산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케이클라비스가 싱가포르 투자자를 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거래 성사 기대감이 생긴 탓에 이해관계자들이 바빠지고, 부동산업계에서 개인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중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과거처럼 전체 채권 중 일부가 매각 대상이고, 원매자가 대주단의 채권을 사더라도 나머지 900여억원 규모의 ABCP 채권(채권자 3000여명)을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토지 소유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당장 개발 추진이 어려운 셈이다.
무엇보다 입찰참여자가 헌인마을의 위치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부동산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형 증권사 임원을 만나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대해 묻자 고개를 저었다. 과거뿐 아니라 현재에도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로 '안보 이슈'를 꼽았다.
그간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헌인마을의 북서쪽에는 국가정보원 내곡동 본원이 있다. 직선거리 1km 정도로 가까운 편이다. 본원은 동남향이고 뒤에는 산이 있다. 헌인마을의 남쪽에도 산이 있다. 산이 둘러싼 지형에 안전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헌인마을 자리에 높은 건물이 들어선다면 본원이 훤히 들여다보일 수 있다. 육안으로 보이는 문제 외에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서울시가 헌인마을 개발사업 최초 계획을 반려한 것에도 이 같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개발 측은 고급 단독주택 67가구와 아파트 285가구를 짓는 내용을 내세웠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로 둘러싸인 지역은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단독주택 및 3층 이하 연립주택 251가구를 짓는 방식을 권고했다. 문제는 이 방식으로는 사업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뉴스테이로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물론 인수의향을 드러낸 케이클라비스와 시행사들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투자자를 구해 넉넉한 실탄을 준비하고, 사업성이 있는 적절한 개발방안을 마련했을 수도 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복안도 장만해뒀을 수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의 개발이 됐든 국정원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하던 동네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만들어지면 주민 뿐 아니라 상업시설로 인해 유동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 국정원 요원과 보안을 요하는 인물들의 본원 출입 모습이 일반에 노출될 여지가 더 생기는 셈이다.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10년 넘게 좌초하면서 만들어진 수렁은 깊었다. 건실하던 중견 건설사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법원 신세'를 졌고, 수많은 개인들을 잠 못 들게 했다.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고민도 깊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됐으면 좋겠다. 다만 본입찰에 진성 원매자가 등장한다면, 사업성을 지키는 동시에 헌인마을 입지 한계를 창의적으로 풀어낼 방안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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