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WM 10대 뉴스]상향 리픽싱 의무화…CB 시장 ‘지각변동’발행액 4조 대로 급감…쿠폰금리 가산·리픽싱주기 연장 ‘돌파구’
이민호 기자공개 2022-12-30 09:33:01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9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에는 전환사채(CB) 시장이 큰 변화를 맞았다. 콜옵션 비중 제한과 상향 리픽싱 도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했기 때문이다.CB 시장 주요 큰손인 일반사모운용사들은 반대급부로 쿠폰금리를 가산하거나 리픽싱 주기를 연장하는 등 다양한 묘수를 고안해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겹치면서 CB 발행시장도 침체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향 리픽싱 도입…CB 발행규모 급감
CB 발행조건에 대한 손질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CB 콜옵션 비중 제한과 상향 리픽싱 도입을 입법예고했다. CB가 코스닥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주요 자금조달원으로 안착했지만 발행에 따른 기존주주 주식가치 희석뿐 아니라 최대주주 편법적 지분확대나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등의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12월부터 개정규정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부여하는 콜옵션 행사한도가 CB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됐다. 또 사모 발행 CB에서 시가 하락으로 하향 조정됐던 전환가액을 시가 재상승에 따라 최초 전환가액의 70~100% 이내에서 상향 조정하도록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2월 28일 기준) 전체 CB 발행금액은 4조4539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CB 발행금액이었던 9조5622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5조원 이상 감소한 셈이다. 지난해 개정규정 시행 이전에 미리 CB를 발행해두려는 수요가 11월까지 몰렸고 올해 들어서는 기준금리 상승 기조로 쿠폰금리가 가산되면서 재무부담에 따라 발행이 위축된 탓이다. 여기에 CB 발행조건 개정도 시장 위축을 이끄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CB 발행조건 개정으로 일반사모운용사들도 대책 강구에 나섰다. CB는 메자닌펀드뿐 아니라 멀티전략 펀드에서도 핵심 투자자산이기 때문이다. 규정 개정 이전에는 하향 리픽싱 조건만 있을 뿐 상향 리픽싱 조건은 삽입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CB 인수 이후 시가가 하락해도 하향 리픽싱에 따라 일정 수준까지는 손실을 방어하는 동시에 전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했을 때 시가가 재상승한 상태라면 오히려 전환이익폭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장치가 됐다.
개정규정 시행 초기였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CB 시장 자체가 침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전년 결산과 신년 자금계획 수립으로 CB 발행이 감소하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발행사, 주관사, 투자자의 눈치보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주관사와 투자자는 △쿠폰금리 △만기금리 △리픽싱 한도 및 주기 △전환청구 가능일 △풋옵션·콜옵션 비중 및 행사 가능일 등 다양한 발행조건을 조정해 상향 리픽싱 의무화의 반대급부를 노렸다.
◇쿠폰금리 가산·리픽싱주기 연장…발행조건 변화
주관사와 일반사모운용사는 다양한 돌파구를 고민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유사한 메자닌 성격의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발행을 선회해 CB 개정규정 적용을 회피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올해 9월 CPS와 RCPS에도 CB와 동일한 리픽싱 및 콜옵션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실상 무효해졌다. 이외에 CB 전환가액 상향조정 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100%보다 낮은 80% 수준으로 정하는 등 하향조정 한도와 상향조정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안했지만 금융감독원의 명시적인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3월에 이르러 변경된 발행조건이 CB 발행물량에 잇따라 적용되기 시작했다. 쿠폰금리가 가산된 것이 대표적이다. CB는 형태상 채권이므로 대부분 3개월 단위로 쿠폰금리를 지급하는데 기존에는 대부분 0%로 책정됐다. 발행사로서는 쿠폰금리를 가산하면 재무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상반기까지만 해도 쿠폰금리를 가산하기를 꺼렸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쿠폰금리를 가산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연말에 이르러서는 쿠폰금리가 많게는 5%까지도 책정되면서 CB 발행이 침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리픽싱 주기가 길어진 것도 변화된 점이다. 일반적으로 CB 리픽싱 주기는 매 3개월로 둔다. 하지만 3월부터 리픽싱 주기가 6개월인 물량도 발행되기 시작했다. 리픽싱 이벤트는 주가흐름에 후행한다. 리픽싱 주기가 길어지면 그만큼 대응시간을 벌게 돼 일단 CB 형태로 보유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전환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다. 이미 하향 조정된 전환가액 수준에서 주가가 재상승을 시작할 경우 상향 조정일 도래 직전에 전환해 엑시트하는 방식이다.
리픽싱 조건을 아예 없앤 물량도 생겨났다. 하향 리픽싱은 CB 투자의 핵심 유인이 돼왔다. 하지만 리픽싱 조건이 없으면 투자자는 전환청구 가능일에 주가가 최초 전환가액을 웃돌아야만 이익을 볼 수 있다. 상향 리픽싱 의무화는 일부 일반사모운용사들 사이에서 CB 투자도 기존처럼 단순히 주가 이벤트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계기가 됐다.
일반사모운용사들은 내년 연초까지도 CB 발행시장이 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과 연초 CB 발행이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에 겹쳐 여전히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면서 쿠폰금리 추가 상승에 따른 재무부담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증시를 비교적 저평가 구간으로 보는 의견도 있는 만큼 전환청구 가능일이 도래하는 약 1년 이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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