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형 투자사' 증명해야하는 SK네트웍스 하이코캐피탈 해외투자 1200억원 돌파...매년 300억~400억씩 AI 등 신기술 기업 투자
정명섭 기자공개 2023-03-02 07:34:23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300억~400억원을 투자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SK네트웍스가 단순 투자를 넘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거나 별도 주력사업으로 키워 투자를 수익 창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쏠려있다.◇하이코캐피탈 투자 2년 6개월새 1200억원...매년 300억원 이상 투자
SK네트웍스의 미국 투자법인 하이코캐피탈은 2020년 6월 출범한 이후 작년까지 투자한 금액은 누적 9560만 달러를 기록, 한화로 1200억원을 돌파했다. 하이코캐피탈은 SK네트웍스가 미국 등 주요국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투자법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이코캐피탈은 그동안 아홉 차례 증자로 약 900억원(6848만 달러)의 자본을 확충했고, 매년 300억~4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해왔다. 연도별 투자액을 보면, 2020년 3210만 달러(약 422억원), 2021년 2950만 달러(약 388억원), 작년은 3400만 달러(약 447억원)다.
하이코캐피탈은 출범 초기 글로벌 유명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해왔다. 단기간에 확실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전문 투자 펀드인 'IPI파트너스 II-A', 헬스·바이오 등 생명과학 분야 전문 펀드인 'DCVC바이오II' 등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하이코캐피탈이 직접 투자를 시작한 건 자체적인 네트워크가 쌓인 2021년부터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SK㈜에서 근무하던 당시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맡았던 경험도 투자회사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 사장은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아들로,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다. 최 사장은 2014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모바일 앱 개발사인 쓰리라인테크놀로지스라는 스타트업을 개발한 경험도 있다. 같은 해 국내에서 콜택시 호출 앱 ‘백기사’를 출시하기도 했다. 당시 최 사장의 나이는 33세였다.
하이코캐피탈이 현재까지 지분투자한 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결제 시스템 개발사 스탠더드 코그니션, 트랙터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사반토, 버섯균사체로 대체 가죽을 만드는 마이코웍스, 뇌질환 진단·치료 솔루션 기업 LVIS 등 네 곳이다.
투자 규모는 총 4950만 달러(약 654억원)다. SK네트웍스는 직접 투자를 위한 네트워킹과 투자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향후 이같은 투자를 더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현금자산은 8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00억원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투자→수익'이라는 미래 보여줘야
SK네트웍스의 남은 과제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지속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SK네트웍스가 성장성 높은 영역을 보는 안목을 넘어 투자한 회사의 핵심 기술을 기존 사업과 연계하거나 주력사업으로 키울 수 있는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사로 전환하는 배경에 기존 사업의 낮은 수익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사업은 수익성 창출 능력을 입증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운영업체 에버온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고, 급속충전기 운영 기업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렌터카, 스피드메이트와 시너지를 모색하는 시도에 나섰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전기차 충전사업 투자 안건을 승인했다.
SK렌터카의 경우 제주도 서귀포중문관광단지 인근에 3000㎡ 규모의 전기차 충전단지를 지난해 12월 오픈했다. 올해는 전기차 렌탈 전용 단지인 제주EV파크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3000대를 운영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를 갖춘 공간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현대차와 BMW 같은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LG·GS그룹 계열사들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둘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한 SK네트웍스의 전기차 충전 사업이 SK그룹 내 밸류체인과 엮어있는데, 이를 어떻게 장점으로 활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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