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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LG엔솔, IRA 변수에도 북미 투자 '정공법'2028년 북미 생산비중 '50% 이상' 확대 목표, 탈중국 공급망서 기회 모색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16 11:05:48

[편집자주]

K배터리의 2025년은 '시계 제로'다. 전기차 의무화에 반대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반친환경 기조 등이 예상된다.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트럼프 2.0' 시대, K배터리에 닥친 리스크와 기업별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LG화학에서 분사한 이후 매년 실적 가이던스를 초과 달성해 온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주요국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배터리 판가 하락 등으로 지난 7월 2024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해야만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매출 역성장을 전망한 건 처음이었다.

2025년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경쟁사들의 약진,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차 확산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다시 잡았다. 배터리 혹한기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배터리업계는 주요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등 리밸런싱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정공법을 택했다. 미국에 생산 역량을 확대해 현지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미·중 패권 다툼 속 중국 배터리 경쟁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점에 착안했다.

◇GM 합작 3공장 홀로 떠안아...트럼프 2.0 후폭풍 시작

LG에너지솔루션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 전기차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 재집권' 후폭풍은 시작된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합작공장 설립 파트너사인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미시간주 랜싱 지역에 짓고 있는 3공장 인수를 제안받고 내부에서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공장은 양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가 2022년부터 짓고 있는 공장이다.

총투자규모는 26억 달러(약 3조6000억원)로 양사가 절반씩 부담해왔다. 매년 전기차 62만대가량(연산 50GWh)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업계는 내년 1분기 중 지분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오하이오주 1공장, 테네시주 2공장에 이어 랜싱에 3공장까지 짓고 있었다. 3공장은 내년 초 양산이 목표였으나 지난 7월 건설이 중단됐다. GM이 돌연 합작3공장 매각을 결정한 건 전기차 캐즘뿐 아니라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변화 등의 불확실성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합작공장의 단독공장 전환은 부담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현금창출력이 이전보다 떨어진 상황에서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2020년 2644억원이었으나 2021년 3조5164억원으로 급격히 늘었고 작년 말에는 10조253억원까지 늘었다. 올 3분기 누적 CAPEX도 9조95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1년 2조2202억원에서 작년 말 4조4470억원으로 정점에 오른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3분기 EBITDA는 1조24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이는 미 IRA상 세제혜택을 포함하는 수치로 이를 제외하면 감소 폭은 30% 이상으로 확 커진다. 이에 재무체력은 2022년 기업공개(IPO) 이후 가장 낮아진 상태다. 2022년 말 86%였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말 99%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39%에서 59%로 올랐다.

단독공장 전환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해당 고객사의 실적이 부진하거나 전기차 생산 전략을 바꾸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GM 합작 3공장을 일본 도요타향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도요타와 연간 20GWh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3공장의 생산능력(50GWh)을 감안하면 다른 고객사 물량도 생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조금 관계없이 북미 생산능력 확대 집중...2028년 비중 '50% 이상' 목표

내년 1월 트럼프 2.0 체제가 시작되면 이번 3공장 인수 같은 돌발 변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미 IRA상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최대 7500달러(약 1045만원)의 소비자 세액공제가 사라지거나 축소되면 현지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의 돌파구는 결국 투자다. IRA 변수에 관계 없이 현지에 구축 중인 생산공장 투자를 지속해 북미 배터리 시장 지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유럽과 중국 전기차 시장과 달리 미국에 중국 배터리 기업(CATL, BYD 등)의 경쟁사가 진입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중국산 배터리 셀과 소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채굴·가공한 광물이 들어간 배터리까지 제재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년 말 LG에너지솔루션의 지역별 생산능력(280GWh)을 보면 아시아가 50%로 가장 높았고 유럽 30%, 북미 20% 순이었다. 2028년 목표(500GWh 이상)는 북미 비중을 50% 중반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아시아는 20% 중반, 유럽은 20% 수준으로 낮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지역 내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20년 말 15%에서 올 3분기 말 24%까지 올랐다. 현재 400조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신규 수주에 성공하는 점을 고려하면 2028년에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 사업 비중 확대로 2028년까지 북미시장 점유율 독보적 1위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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