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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 손에달린 IPO 빅딜]매각실패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바뀌면 답 나올까③TPG ‘8조 밸류’ 엑시트는 진행 중…투자 노리는 시중은행이 반전 '키'

최윤신 기자공개 2023-03-13 13:00:17

[편집자주]

재무적투자자(FI)들이 IPO 시장 빅딜의 공을 쥐었다. 엑시트의 길이 막히며 갖게 된 불행한 주도권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높은 가치로 투자한 기업들이 현재의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상장 후보기업과 투자자의 이야기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경영권 포함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불발된 카카오모빌리티가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를 보장하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설립 당시 투자한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FI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는지는 공개된 바 없지만 지난해 구주 매각 사례를 고려할 때 기대하는 몸값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당분간 IPO를 통해선 FI가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보장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인데, 최근 은행권 등 제3의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어 이목을 모은다. 투자자들의 구주 매입으로 FI가 일부 지분 엑시트에 성공하면 IPO에도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투자단가 4배에 구주 일부 매각한 TPG

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작업은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각을 철회한 이후 주관사와 미팅을 재개하는 등 상장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논의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상황상 당초 기대했던 밸류에이션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투자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IPO 결정권이 사실상 FI 중 절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TPG 측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카카오모빌리티 설립 초기부터 윤신원 TPG 한국 부대표가 투자자 측을 대표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왔는데, 지난해 말 이서경 TPG 어쏘시에이트가 추가로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되며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로부터 물적분할해 출범하며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의 자금을 받았다. TPG컨소시엄은 주요투자자인 TPG와 오릭스PE,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구성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출범 당시 구주와 신주를 인수하며 5000억원을 투자했는데, 당시 카카오모빌리티의 밸류를 1조63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빠르게 커졌다. 2021년 2월 칼라일그룹이 2200억원을 투자할 때 3조3000억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같은 해 6월에는 TPG와 칼라일그룹이 동일한 주당 단가에 140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포스트밸류를 3조5000억원가량으로 끌어올렸다. TPG는 당시 라운드의 대부분인 약 1300억원가량을 투자하며 2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같은 해 7월에는 ㈜LG가 1000억원, GS에너지·칼텍스가 3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주당 단가가 소폭 오르며 포스트밸류는 3조8000억원이 됐다. 그해 연말 GS리테일은 650억원을 투자하며 기업가치를 4조9300억원까지 높였다. 이후 밸류를 높이는 신주발행은 더 이상 이뤄지진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몸값을 기준으로 본격적인 IPO에 돌입하는 듯 했다. 2021년 연말부터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고 이듬해 3월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모건스탠리, 씨티증권 등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상장 작업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글로벌 테이퍼링이 본격화하며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됐고, 당초 기대했던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카카오그룹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이 불거졌고, 물적분할 기업의 중복 상장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악화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추진했다.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을 매각하는 걸 전제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 등으로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카카오 측은 인정하지 않지만 시장에선 매각 시도가 TPG 등의 엑시트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으로 바라본다. 실제 2017년 투자한 TPG는 2022년 들어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 엑시트를 이미 진행하고 있었다. 2022년 5월 700억원가량의 지분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분거래 가격은 TPG가 어느 정도의 가격을 원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지표다. 구주 거래 가격은 당시 지분을 확보한 대신증권의 취득가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이 때 16만1000주가량의 구주를 사들였는데, 취득가격을 49억1900만원으로 밝히고 있다. 주당 취득가격은 3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 셈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발행주식수에 대입하면 몸값을 7조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출범 당시 TPG가 취득한 가격이 현재 주식 수 기준으로 주당 7730원 수준이란 점을 고려할 때 투자가격 대비 가격은 4배에 달한다. 2021년 6월 1300억원가량을 추가투자할 때 주당 단가는 1만4551원으로 이 때보다도 두 배 높은 가격이다.


◇ 15일 인천서 총회 여는 TPG

카카오모빌리티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지난해 구주 거래 가격이 앞으로의 카카오모빌리티 신주·구주 가격의 하한선이 될 것이라고 바라본다.

문제는 현재 IPO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런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1만5000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3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공모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은행권이 FI가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입에 나선 건 카카오모빌리티에게 있어서 한줄기 희망으로 여겨진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최근 4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I 보유한 지분과 신주 일부를 함께 인수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는 “은행이 높은 가격으로 FI의 지분을 사갈 경우 FI가 원하는 수준의 가치에 대한 공신력이 커진다”며 “은행들의 지분취득 목적이 비금융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전략적투자자(SI)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향후 IPO에 나설 때에도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실제 은행이 투자자의 구주를 사간다고 하더라도 언급되는 투자 규모가 FI가 투자한 지분 전량을 회수하는 수준이 되진 못하기 때문에 변수는 남아있다.

TPG컨소시엄이 초창기 확보한 지분만 20%가 넘는다. 칼라일과 TPG가 이후 투자한 지분까지 더하면 30%에 육박한다. 8조의 기업가치를 가정할 때 2조원 이상의 가치다. 이에 반해 은행권이 논의하고 있는 투자규모는 4000억~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결국 TPG의 엑시트 로드맵과 IPO 계획이 연동되는 건 불가피 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오는 15일 한국에서 열리는 TPG의 투자자총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유치와 관련한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직후인 201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총회를 열고 투자자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린 바 있다”며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총회를 갖는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 성과에 대한 브리핑과 엑시트 방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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