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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 ETF 한끗 승부]원조 vs 후발 '같은듯 다른' 시장 공략 방법론①국내 최초 앞세운 삼성-글로벌로 맞대응 미래에셋

윤기쁨 기자공개 2023-03-24 08:26:14

[편집자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구도 아래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빅2'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양사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전략을 통해 ETF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벨은 총 3편에 걸쳐 각 사별 ETF 운용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1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ETF(상장지수펀드)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상품 도입과 자본 선진화를 목적으로 2002년 시스템을 도입할 당시 AUM(순자산총액 기준)은 3400억원(상장종목 4개)에 불과했지만, 20년만에 88조원(682개)으로 급성장했다.

업계는 ETF에 사활을 걸고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덩치 불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업계 최저 보수를 내세우는 등 ‘치킨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점유율 80%를 과점하며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이 두각을 드러낸 건 최근이다. 이전까지 상품 갯수는 삼성운용과 비슷했지만 AUM과 점유율에서 크게 밀렸고 수익성도 떨어졌다. 그러나 2021년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삼성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800억원 흑자를 내는 효자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각자 자신만의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삼성운용은 일찌감치 시장 잠재력을 알아보고 채권·인버스·레버리지 등을 ‘최초 상품’을 선보이며 입지를 굳혔다. 미래에셋운용은 후발주자지만 글로벌 틈새 시장을 공략한 M&A(인수합병) 전략을 펼쳤다.


◇'국내 최초' 입지 굳힌 삼성에 미래에셋운용 '글로벌 M&A' 틈새 전략

삼성운용은 한국의 ETF 역사와 함께하며 입지 구축은 물론 시장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당시 삼성투신운용은 국내 최초로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인 ‘KODEX 200’을 선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자금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모집됐다.

정체기를 이어가던 ETF 시장은 2007년부터 삼성운용의 다양한 시도에 성장 궤도에 오른다. 대표적으로 △2007년 10월 국내 최초 해외 ETF(KODEX 차이나H) 상장을 시작으로 △2009년 7월 국내 최초 채권 ETF(KODEX 국고채3년) 상장 △2009년 9월 아시아 최초 인버스(KODEX 인버스) 상장 △2010년 2월 아시아 최초 레버리지(KODEX 레버리지) 상장 등이다.

‘국내 최초’ 타이틀이 가진 영향력은 막강했다. 특히 인버스(추종 지수가 하락하면 역으로 수익을 거두도록 설계된 전략)와 레버리지(추종 지수가 상승할 때 두 배 이상 수익을 얻는 전략) 개념을 처음 도입하며 개인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이 시기부터 ETF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현재까지도 삼성운용 대표 상품은 인버스·레버리지로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2016년 8월 국내 최초 해외 인덱스 지수 추종 ETF(KODEX 선진국MSCI World, KODEX 차이나심천ChiNext) 상장 △2017년 11월 국내 최초 토탈리턴(TR, 현금배당 재투자) ETF(KODEX MSCI Korea TR, KODEX 200TR) 상장 등 활성화에 앞장섰다.

미래에셋운용은 삼성운용이 선점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깰 수 없다는 판단하에 ‘글로벌’로 시선을 돌렸다. 삼성운용보다 4년 늦은 2006년에서야 TIGER 시리즈를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상품이나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해외 틈새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삼성운용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성공 기틀을 마련한건 2011년 캐나다 4위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스(Horizons ETFs)를 인수하면서부터다. 2018년에는 전세계 ETF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와 합병을 진행했고, 이듬해 일본 다이와증권그룹과 ETF 합작법인인 글로벌엑스 재팬(Global X Japan)을 설립한다.

인수한 자회들과 협력하며 차근히 해외 네트워크를 쌓았다. 미국, 중국, 인도,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12개 국가에 진출하며 글로벌 상품 개발에서 우위를 갖게 됐다. 2021년부터 중국 전기차, 미국 2차전지 등 다양한 ETF를 쏟아냈다.

실제 2011년 말 약 5조원이던 미래에셋운용 ETF AUM은 해외법인 인수 직후인 2018년 9조원, 2019년 13조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는 30조원으로 4년새 약 3배가 늘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삼성운용도 미국 ETF 운용사인 앰플리파이(Amplify) 지분을 사들이는 한편 홍콩, 런던거래소에 한국 상품을 상장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 전략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 미래에셋운용의 매서운 성장, 순이익 역전 '목전'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이다. AUM과 점유율 증가에 매달리는 이유도 영업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TF는 일반 공모펀드보다 운용 보수가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받쳐줘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미래에셋운용이 ETF 사업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건 2021년부터다. 지난 17일 기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AUM은 각각 37조원(종목수 154개), 33조원(155개)다.

통상 ETF 수익은 일간 잔고(순자산총액 기준)와 보수를 곱해 추산한다. 각 종목들의 수익을 모두 합산하면 운용사가 ETF로 1년 간 벌어들이는 영업수익을 임의로 계산할 수 있다. 순자산총액이 17일 수준으로 연간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단순 집계하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올해 ETF 영업수익은 각각 940억원, 798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계산식을 적용했을 때 삼성운용의 ETF 영업수익은 △2021년 865억원 △2022년 905억원으로 매년 유사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2021년 381억원 △2022년 771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불과 2년만에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실제 종목별로 미래에셋운용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는 종목은 2021년 상장한 상품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연간 137억원(추정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78억원),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76억원), ‘TIGER 2차전지테마(55억원)’으로 글로벌 테마 상품들이 견인하고 있다.

반면 삼성운용은 2010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인버스·레버리지 펀드가 매년 최상위권에 오르며 비슷한 수익을 내고 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약 152억원, ‘KODEX 레버리지’(125억원), ‘KODEX 200’(82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58억원) 등으로 상장한지 10년이 넘거나 자사 스테디셀러가 상당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운용 이익 증가세가 가파른 만큼 삼성운용이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을 대체하거나 견줄 수 있을 만한 히트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2%, 37%로 격차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규모 대비 매출을 비교했을 때 역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실 AUM이나 거래대금보다 중요한 게 운용사 순이익인데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5년 전까지만 해도 100억원도 채 안됐다”며 “삼성운용이 잘 구축해 놓은 인버스·레버리지 시장 덕에 아직까지도 수익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을지라도 투자자들의 상품 소비 패턴 변화 등을 감안하면 향후 양강 구도가 어떻게 뒤바뀔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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