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배재규의 1년]‘E버지'의 화려한 등장, 첫 단추는 조직개편①외부 인사 잇딴 영입…경쟁력 강화 '일신우일신'
황원지 기자공개 2023-03-22 08:13:43
[편집자주]
배재규 대표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맡은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는 취임 직후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이끌었고, 그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투운용 ETF 상품 활성화의 특명을 받고 영입된 배재규 대표의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성과와 과제에 대해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새 사령탑이 된 배재규 대표의 선임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그 동안 내부 인물만 기용했던 관행을 깨고 20년만에 외부 출신이 대표로 발탁된 파격 인사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와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으로서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특히 배 대표의 취임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였던 만큼 그의 행보는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배 대표는 지난 1년간 ETF 전문 인력을 외부에서 대거 충원하고 조직개편을 진행하는 등 인적 역량 강화에 힘썼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손발을 맞췄던 인사를 영입하는 한편 조직개편을 통해 ‘ETF운용본부’를 신설했다. ETF에서 중요한 마케팅 부서도 새롭게 단장했다.
◇"변화없이 성장 어렵다" ETF 실기, 수장 교체로 '극약처방'
배재규 대표는 ‘ETF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국내 ETF 시장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한 인물이다. 2000년대 초 한국 시장에 ETF가 생소하던 시절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을 설득해 첫 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2009년 인버스 ETF, 2010년 레버리지 ETF등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몸담고 있던 삼성자산운용을 ETF 1인자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배 대표 영입 결정은 시장의 큰 충격이었다. 외부 인물을 사장급 인사에 발탁한 건 20년만에 처음이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00년 증권사에서 분리될 당시 미국계 자산운용사 글로베스트 어드바이저 부사장을 지낸 조영제 초대 사장이 수장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김남구 회장은 증권, 운용 등 주력 계열사의 사장급 인사는 매번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기용해 왔다.
김 회장의 파격 인사 배경엔 조직 변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과거 액티브 펀드가 주류이던 시절 업계 탑티어 운용사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액티브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패시브 전략이 시장을 이끌면서 순위권 경쟁에서 밀렸다. 배 대표 영입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약 63조원 안팎으로 종합자산운용사 중 6위였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배 대표 영입으로 계열 운용사 재편의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한투그룹은 2020년 말부터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를 설립을 추진했다. 삼성자산운용과 같은 운용사 삼각편대를 완성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이 ETF를 비롯한 패시브 펀드를 맡고, 액티브 펀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체투자는 삼성SRA자산운용이 맡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배 대표 취임과 맞물려 지난해 재편을 마쳤다. 배 대표 영입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와 TDF, OCIO 펀드 등의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며 그룹 내 패시브 하우스로 발돋움했다. 액티브의 경우 국내 가치투자 대표 하우스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부동산 등 대체투자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맡는 구도가 완성됐다.
◇김찬영·박희운 비롯 외부 영입 가속도…조직개편 ‘ETF 중심’
배 대표는 취임 후 ETF 강화를 위한 인력 확보에도 힘을 썼다. ETF는 운용사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 시장 조성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때문에 ETF를 키우기 위해선 시장 생태계를 잘 아는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 기용이 필수적이다.
배 대표는 이를 위해 삼성운용에서 손발을 맞췄던 인사들을 잇달아 영입했다. 영입 1호는 ETF 마케팅을 맡은 김찬영 본부장이다. ETF는 기존 펀드와 달리 판매사 영업점을 통하지 않고 고객에게 바로 판매하는 특성상 마케팅이 중요하다. 김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을 거쳐 홍콩계 ETF 운용사 프리미어파트너스에서 ETF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선 대표이사 직속으로 지난해 신설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맡아 이끌고 있다.
두 번째 영입 인사는 박희운 솔루션본부장이다. 배 대표가 ETF와 함께 힘을 싣겠다고 밝힌 TDF나 OCIO의 경우 긴 기간 투자하는 상품으로 개별 종목보다는 자산배분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박 본부장은 삼성운용에서 자산배분전략센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선 솔루션본부를 맡아 자산배분의 기초가 되는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을 개발 완료했다.
ETF를 중심으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먼저 지난해 6월 김 본부장을 필두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고, 이어 7월 박 본부장이 이끄는 솔루션본부를 만들었다. 고객 관심이 많은 해외 ETF 라인업 강화를 위해 멀티전략본부 퀀트운용부는 글로벌퀀트운용부로 명칭을 바꿔 글로벌 성격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경영기획총괄 산하에 해외투자지원부를 신설했다.
올 초 ETF만을 전담하는 ETF운용본부도 신설했다. 기존 멀티본부 아래에 있던 ETF 운용부와 ETF 상품전략부를 합쳐 본부격으로 격상했다. ETF운용본부장으로는 남용수 한화자산운용 채널마케팅본부 CPC기획팀 부장을 영입했다.이후 ETF운용본부는 조직을 키워 삼성과 미래 등 ETF 업계 최상위권과 경쟁하기 위해 외부 인재의 적극적인 영입을 진행했다.
올해 조직개편에선 마케팅과 상품개발, 운용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다.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한데 합쳐 시너지를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해 전 사에 걸쳐 신설한 마케팅 부서를 올해 기존 조직과 본격 융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멀티에셋 운용부, 민간풀 운용부 등 운용부서가 포진했던 부서솔루션본부에 연금마케팅 1부와 2부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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