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고속성장의 명암]적신호 기업 why not? 체화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②시장에서 등돌린 업체도 적극적 검토…담보부 사모 메자닌 시장 사실상 '독무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3-11-22 13:54:08
[편집자주]
'메리츠'는 금융 혁신의 아이콘이다. 고도의 효율화에 사력을 다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당기순이익 1위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성장엔 생채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명암을 뚜렷하게 드러낸 게 바로 사모 메자닌 투자 관련 의혹이다. 더벨은 메리츠증권의 메자닌 투자에서 읽을 수 있는 고속 성장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수가 즐비한 메리츠증권은 부실 기업과 한계 기업에도 과감하게 접근한다. 다른 투자 기관에서는 리스크관리 담당은 물론 부서장 단계에서 손사래를 칠 딜에도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다.타사는 투자 검토도 하지 않는 딜을 수익 창출의 기회로 소화하는 건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평판을 비롯해 부가적 리스크에 관심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리스크-리턴' 프로파일에서 하이 리스크를 선택한다는 게 아니라 제도권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딜까지 투자 타깃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 사모 메자닌, 투자 기관 즐비…담보부 메자닌, 메리츠증권 투자 독식
사모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 시장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통상적으로 두 가지다. IB로서 발행사와 투자자를 연결하거나 직접 메자닌을 인수하는 투자 기관으로 나선다.
국내 시장에서 메리츠증권은 IB보다 메자닌 투자자로 자리잡았다. 이 증권사가 사모 메자닌을 투자하는 패턴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모 형태로 발행되는 메자닌과 갖가지 구조로 담보를 붙인 메자닌이다. 후자 쪽 메자닌이 증권업계에서 유독 메리츠증권이 투자를 독식하고 있는 상품이다.
전자 쪽의 사모 메자닌은 국내 투자 기관 전반이 소화하고 있다. 헤지펀드(일반 사모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조성된 공모주펀드와 메자닌펀드가 최대 큰손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PI(자기자본투자) 부서나 IB 파트의 자체 북(book)으로 투자를 벌이고 있다. 저축은행과 보험사 등도 직간접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주요 딜에서 발행 대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사모 메자닌은 발행사나 조건에 따라 투자 매력이 높은 상품으로 각광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형사 IB가 발행을 주도한 사모 메자닌엔 다수의 투자 기관이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9월 투자한 나노신소재 BW나 지난해 국전약품 CB가 대표적이다.
나노신소재엔 메리츠증권이 PI 투자를 했고 국전약품의 경우도 역시 자기자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나노신소재나 국전약품의 메자닌엔 각각 기관 10~20여곳이 함께 투자에 나섰다. 주관 업무를 수행하는 IB의 경우 네트워크 관리 차원에서 특정사가 아닌 여러 기관에 나눠 물량을 배분하고 있다.
나노신소재와 국전약품 모두 건실한 기업이다. 2차전지 소재주로 분류되는 나노신소재는 '핫'한 섹터의 기업인 동시에 연간 영업이익률이 17~2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을 제조하는 국전약품도 실적 상승세를 고수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2021년 43억원에서 지난해 89억원으로 껑충 뛴 것으로 집계됐다. 사모 메자닌이 한계 기업의 조달 창구가 아니라 신용등급 'A' 아래인 회사채를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메리츠표 담보부 메자닌, 부실 기업 주축…제도권 도외시 기업도 타깃
반면 메리츠증권이 투자자로 나선 담보부 사모 메자닌의 경우 단독 참여가 주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이 상품을 찍는 발행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른 증권사나 보험사 등은 투자 후보로도 여기지 않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오직 절대수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도 접근 자체를 꺼린다.
일단 통상적 사모 메자닌에 담보를 추가했다는 건 그만큼 펀더멘털과 재무상태 측면에서 신용도가 한 단계 더 낮다는 뜻이다. 부실 기업이나 한계 기업으로 여겨질 정도로 쇠락 일로를 걷는 기업이 적지 않다. 매년 적자 실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적자의 폭이 크게 늘어난 업체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근래 메리츠증권이 메자닌에 400억원을 투입한 A사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가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300억원을 투자한 B 업체도 당기순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한 해 만에 30억원에서 117억원으로 4배 가까이 확대됐다.
메리츠증권의 사모 메자닌 관련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등도 부실 신호가 이어졌던 기업이다. 이화전기는 지난해 매출액 525억원, 당기순손실 834억원을 기록했다. 이아이디 역시 매출액이 2692억원, 당기순손실이 99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사실상 제도권 금융사가 투자를 시도하는 게 녹록지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단순히 실적이나 자금 사정이 열악한 기업뿐 아니라 오너의 손바뀜이 적지 않거나 코스닥 M&A에 노출돼 모럴헤저드 리스크가 있는 업체도 투자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며 "다른 증권사나 운용사 내부에서는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거론도 하지 않을 기업이지만 그 가운데서 투자 기회를 찾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 리턴에 사활을 걸면서 고속 성장한 하우스의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이 설계한 담보부 사모 메자닌은 하우스가 당기순이익 1위 증권사로 거듭나는 데 일조했다. 한계 기업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귀결되지 않으니 경쟁사보다 수익 포트폴리오를 더 넓게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고속 성장에 치중한 경영은 사모 메자닌 의혹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의 기획검사 타깃으로 낙점을 받으면서 평판이 하락한 건 물론 당국 후속 조치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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