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칼을 빼 들고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진행했다면 신세계그룹은 진통제만 처방하며 치료를 미뤄왔다. 이번 인사로 뒤늦게라도 수술에 나서 제대로 치료를 한 것이라고 본다."신세계 내부 관계자는 지난 9월 단행된 2024년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벌써 인사 발표 후 두 달여가 지난 만큼 충격을 조금씩 가라앉히고 새로운 조직에서 내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앞서 롯데가 진행했다는 수술은 롯데그룹의 2022년 정기인사를 가리킨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50년 넘게 유지된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영입했다. 비즈니스 유닛(BU)은 헤드쿼터(HQ) 체제로 전환하는 등 구조와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외부 영입 대표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파격 인사가 롯데그룹 경영쇄신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듬해 인사에서도 외부 인재 수혈을 이어가며 그룹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이전까지 신세계그룹의 인사 기조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성과주의'였다. 엄격한 신상필벌 원칙과 온라인 경쟁력 강화라는 사업 방향을 바탕으로 실적에 따라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급한 성과주의로 미래에 대한 본원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그동안의 인사를 ‘진통제 처방‘에 비유한 이유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신세계를 포함해 그룹 내 계열사 대표이사의 40%를 교체하는 과감한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임직원들은 8년 사이 가장 충격적 인사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용진 부회장의 남자로 불리며 인사 발표 직전까지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경질됐다. 8년만에 전략실장이 교체된 점도 눈길을 끈다. 전략실은 이명희 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는 첫 공식 석상에서 중단했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마켓, 더블유컨셉 등 온라인 사업에 주력했던 지난 2년간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디지털 전환보다 신세계그룹의 기존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강화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정하지 못하고 진통제에 의존하곤 한다. 병을 치료하는 수술은 고통의 원인과 근본적 해법을 알아냈을 때 가능한 조치다.
신세계그룹의 인사 대수술이 위기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수술을 마친 신세계가 무사히 회복해 유통 공룡으로서 경쟁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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