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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기획바이오는 '사기'다?

차지현 기자공개 2024-04-24 11:39:5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보편화된 창업 모델이 있다. 기획바이오다. 영어로는 'Buy and Build'라고 부른다. 경험 많은 인력과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지속해서 밸류업을 시켜나가는 전략이다.

핵심은 빠른 상용화다. 성장성이 높으면서 경쟁이 치열해 신속한 임상 개발이 요구되는 분야에 전력을 다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아이디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모더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도 최근 들어 기획바이오 단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전문 피노바이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신약 개발 업체 디앤디파마텍이 각각 기술수출 상대방으로 해외서 설립된 신생 기획바이오를 지목했다.

문제는 기획바이오를 향한 시선이다. 국내에선 유독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시장에선 실체는 없는데 그럴듯한 외형만 갖춰 소위 한탕을 노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수많은 기획바이오를 만들어내는 과정 속 데이터나 파이프라인은 제대로 관리되는지에도 의구심을 표한다. 기획바이오를 파트너사로 맞이한 국내 업체들도 덩달아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기획바이오는 정보 공개가 제한적이다. 이미 설립 초기부터 투자자와 핵심 인력을 확보해 놓은 만큼 인지도를 쌓을 필요가 없어서다. 임상 진입 전까지 타사와 경쟁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일정 기간 비밀로 유지하는 스텔스 모드인 경우도 많다. 안 그래도 바이오업종은 정보 비대칭이 심한 영역인데 핵심 설명이 통으로 생략되는 꼴이다.

그런데 기획바이오가 또는 기획바이오와 협업이 정말 나쁜 건지는 따져볼 일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덴 평균 10년, 1조원가량의 기간과 비용이 든다.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업계 전문가들이 총집결한 데다 연구개발에만 온전히 매진할 환경을 만드는 든든한 투자 지원군까지 있다는 건 신약개발사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수요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수익 창출에 대한 고민 부족은 그동안 국내 바이오산업의 걸림돌로 꼽혀 왔다. 과학자들이 '상업적 가치가 있는 연구'보다 '하고 싶은 연구'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기획바이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건 단순히 신약 허가에만 관심을 뒀던 국내 기업들이 이제 상용화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요즘 기획바이오 창업으로 유명한 굴지의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국내 업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더나를 창업한 바이오 전문 VC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은 한국을 방문해 국내 바이오텍을 접촉 중이다. 국내 업계에 기획바이오를 통해 성과를 내는 사례가 하나둘 나오고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도 바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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