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떤 제도가 방향의 유인이 되면 보험사는 그대로 나갈 수밖에 없다. 제도가 행동을 유발하는 면이 있다."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이 한국회계학회와 공동 주최한 보험회계 세미나에서 손해보험사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새 회계제도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경영행태에 대한 설명이다.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보험사의 우수한 수익성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과당경쟁을 마다하지 않으며 실적을 부풀린다는 의혹은 지난해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IFRS17 도입 이후 계리적 가정 변경 등에 의해 호실적을 기록한 손해보험사들이 1분기에도 줄줄이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자 단기성과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금융 계열 보험사의 경우 국내 금융지주의 실적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면서 보험사 손익 계산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실제로 국내 주요 손보사인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은 각각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4개 손보사의 별도 기준 합산 순이익은 2조23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6% 증했다. 개별적으로 적게는 18%, 많게는 50% 이상 늘었다.
물론 이 배경에 보험사 수익성 지표인 CSM을 단기간에 많이 확보하기 위한 장기인보험 등 사업비 출혈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보험사가 보장을 늘려 상품을 출시하면 다른 회사도 덩달아 올렸다가 판매를 중단하는 양상이 반복되기도 했다.
다만 보험사도 할 말은 있다. 규제시장인 금융산업의 플레이어로서 변화한 제도에 발맞춰 최선의 경영 선택을 했을 뿐이다. 실적이 CSM 잔액에 크게 좌우되는 현재 CSM을 확보하기 위해 자율성이 허락되는 선에서 사업 전략을 펼치고 계리적 가정을 산출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다.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인 IFRS17은 계리적 가정 산출의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보험사 자율에 맡긴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 부풀리기 관련 지적의 화살이 보험사를 향하는 건 모순에 가깝다. 이미 제도 도입에 앞서 금융당국은 수차례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부작용을 예상했다.
계속해서 단기 성과 등에 치중한 계리적 가정과 과당경쟁 논란이 발생하는 건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보험사 관계자 말대로 제도가 논란의 행동을 유발한다면 제도를 바로잡는 게 우선순위다. 보험사 경영행태를 지적하는 건 관련 제도를 재정립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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