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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준공 리걸 포인트]법원 판단 이끌어 낸 '의무 이행 여부'①달라진 업황에 법률 분쟁 산적, 시행·시공·신탁사 소송전 본격화

전기룡 기자공개 2024-06-13 08:01:42

[편집자주]

책임준공이 리스크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기한 내 공사를 마치는 게 당연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금융시장 악화와 공사비 인상이 맞물려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늘어난 미이행 사례와 비례해 시행사와 시공사, 신탁사, 대주단이 책임공방 여부를 따지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더벨은 책임준공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는 지금 주요 판례와 쟁점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책임준공'은 시행 주체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이자 상품이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짊어질 시 사업 종주에 대한 의지로 해석됐다. 신탁사의 경우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더해 이중적으로 리스크를 억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일반 상품 대비 높은 수수료율이 책정됐다.

업황이 우호적일 당시에는 책임준공 의무를 바탕으로 매출원천을 꾸준히 늘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업황은 그렇지 않다. 책임준공 확약을 체결하더라도 무산되는 사업장이 부기지수다. 진행 단계에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행사와 시공사, 신탁사 그리고 대주단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이다 보니 법률 분쟁도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시행·시공사 책임공방 배경…'에퀴티 20%'

경기도 연천군 소재 필지를 조성하는 사업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간에 법률 분쟁이 발발했다. 시공사가 공사비 80%에 해당하는 시설자금 대출과 선취이자, 금융수수료, 법무비용, 신탁비용을 책임지고 조달하겠다는 특약을 설정했던 사업이다. 착공 후 9개월 뒤 준공하겠다는 확약도 함께 맺었다.

결과론적으로 사업은 무산됐다. 공사비 확보를 위한 시설자금 대출이 이뤄지지 않은 영향이다. 시공사도 시행사에게 계약 체결 후 20일 이내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만큼 책임준공 방식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계약 체결 후 1년가량이 지난 시점이다.

이례적인 부분은 조달에 실패한 시공사가 시행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는데 있다. 시공사는 총 공사비의 80%를 조달하기에 앞서 시행사가 20% 상당의 에퀴티를 확보하는 작업이 선결됐어야 했다는 점을 피력했다. 시행사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무산됐기에 그간 사용해온 비용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가 포함된 계약서에 공사비 80% 조달은 물론 자기자본의 주선·발생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특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계약서상 시행사가 공사비의 20%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담기지 않았다는 부분도 근거로 활용했다.

피고인 시행사가 시공사를 기망하거나 방해했다고 보기 힘든 점도 원고의 청구가 기각된 배경이다. 이로 인해 시공사는 그동안 임직원들에게 지급해온 급여와 매입장 사용비, 개인 경비, 임직원 숙소 사용료, 공인중개사 수수료, 취등록세 등 비용을 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조계 관계자는 "책임준공 이행 전 조달 실패로 중단됐던 사업"이라며 "시공사로서는 특약에 의거해 공사대금 20% 수준의 에퀴티를 충족했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도 시공사가 자기자본금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책임준공 사업이 중단돼 공매로 나오는 현장도 상당하다"며 "이런 경우에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매 집행기관인 신탁사에게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기투입 자금을 회수해야 하다 보니 대체로 낮게 책정된 최저입찰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시공사 우위 점유…책임준공 이행 노력 한 몫

책임준공 미이행 이후 시행 주체를 판별하기 위한 '위탁자 지위확인을 위한 소송'이 제기되기도 한다. 경산남도 양산시 소재 '더 포레스트M'을 신축·분양하는 사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원고에는 시공사인 에쓰와이앤씨(옛 세영종합건설)이, 피고에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시행사와 대주 및 대리금융기관 그리고 KB부동산신탁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에쓰와이앤씨는 2019년 6월 시행사와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이후 KB부동산신탁을 수탁자로 한 책임준공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이 체결됐다. 계약은 대출금의 최초 인출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착공에 들어가 18개월 안에 책임준공하는 게 골자다. 책임준공 미이행 시 시공사가 대출원리금을 채무인수하도록 규정했다.

대주단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조달했다. 트랜치A 360억원과 트랜치B 70억원, 트랜치C 50억원 등 총 480억원 한도로 토지비와 공사비, 사업비,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이와 함께 추가인출과 책임준공, 채무인수, 채무불이행 사유 등 추가적인 특약도 대출 계약서에 포함됐다.

문제는 착공 시점에 불거졌다. 당초 2019년 8월 착공계를 접수할 예정이었으나 시행사가 서류 준비에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착공 시점에 사업승인도면도 마련되지 않았다. 시공사의 확약 이행 노력에도 설계 변경과 도면 확정 작업이 병행되다 보니 책임준공 기한인 2021년 1월까지 공정률은 60% 수준에 그쳤다.

결국 대리금융기관은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넘기자 책임준공 미이행이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에 해당한다며 대출금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에쓰와이앤씨는 대리금융기관에 대출원리금 262억원을 대위변제한 뒤 신탁계약상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 대리금융기관의 통보 절차도 수반됐다.

다만 시행사는 에쓰와이이앤씨가 위탁자 지위 이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구상권과 연체이자 지급의무가 별도 규정됐기 때문에 대주의 권한만 이전될 뿐 '대체자(신규 시행사) 지정 합의 권한'을 포함한 지위까지 이관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신탁계약을 악용해 해당 사업을 탈취하려는 시도라는 점도 피력했다.

시행사의 주장에도 법원은 에쓰와이이앤씨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사보다는 시공사의 중첩적 채무인수에 의거해 PF 조달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꾸준히 책임준공 이행을 위해 노력한 점, 대출계약상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한 점 등도 시공사가 구상권과 위탁자 지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게 가능하다는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공사의 대위변제 이후 신탁계약상 모든 지위를 이전받은 것과 관련해 충분한 통지 절차를 거친 데다 기존 대주단들도 이의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EOD를 야기한 책임준공 미이행이 에쓰와이앤씨만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는 점도 승소의 배경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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