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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유증 가뭄에 '틈새 일감' 찾는 중소형 IB들에퀴티 비즈니스 지평 '확대'…줄어든 유증 실적 '보완'

권순철 기자공개 2024-08-26 08:19:1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년과 비교해 유상증자 딜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중소형 증권사 IB들의 고민도 깊어져 가고 있다. 증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데다가 한때 핵심 고객이었던 바이오사들의 발길이 뜸해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증 감소로 실적 공백이 발생하자 이를 메우기 위한 틈새 영업 전략이 눈에 띄고 있다. 특히 대기업 유증 딜에 참여하기 어려운 중소형 하우스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 자문과 지분매각 주선, 메자닌을 활용한 지배구조 관련 자문과 인수금융 등이 늘어나고 있다.

◇'눈에 띄게' 줄어든 유상증자…증시 반등 요원·밸류업 영향권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클로징한 유상증자 딜은 총 13조298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이 감소한 규모로, 2010년대 전체로 시야를 넓힌다면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의 발행이 이뤄진 것이다.

1000억원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딜 소싱도 찾기 힘들어졌다. 증권사 A의 ECM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확실히 발행사들의 유상증자 수요가 예전만큼 견조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지금도 유증 딜은 따로 맡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LG디스플레이, 대한전선, KDB생명보험, 신라젠, 에코앤드림 등 5곳이 1000억원을 상회하는 유증을 끝냈다.

이를 두고 바이오 등 첨단산업 섹터 내 기업들이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약 개발 및 연구개발(R&D)로 지속적으로 자금을 확보해야 했던 바이오사는 그간 1000억원 안팎의 유증을 단행하며 증권사들의 핵심 고객으로 안착했다. 그러나 올해 내내 주가가 지지부진하며 큰 규모의 유증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이 감소했다.

올해 1000억원 넘는 규모의 유증을 단행한 바이오사는 신라젠이 유일하다. 이와 관련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바이오 회사들이 1000억원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많이 실시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면서 "연말이나 내년 초 금리 인하가 현실화돼 성장주가 반등할 시기를 노리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유증 딜 감소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밸류업을 고민하는 기업들의 경우 유증에 나서면 주당순이익이 감소해 PER 값이 커지고 ROE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대형사 IB는 "자사주 소각이나 취득 계획을 구상하는 곳들이 많아 메자닌 등의 조달 수단을 제안하고 있는 편"이라고 언급했다.
출처: 더벨플러스
◇에퀴티 비즈니스 다변화로 '틈새 공략'…실적 공백 메운다

유증 감소는 중소형 IB들에게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 그룹사들의 대규모 유증은 대형 하우스들의 격전지이기 때문에 끼어들 틈이 비좁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유증을 맡으면서 중견·중소기업들과의 접점을 강화해왔는데 이마저도 소싱이 어려워지자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에 다른 방식의 에퀴티 파이낸싱을 통해 유증 감소로 인한 실적 공백을 메꾸려는 시도가 관측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인수합병(M&A) 자문과 프리 IPO 단계에서 FI들의 지분 매각을 주선하는 업무의 비중을 확대했다. 올해 초 M&A 1건에 대한 자문과 여러 비상장기업의 지분 블록딜 주선으로 쏠쏠한 수익을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동물성 수지를 취급하는 곳 그리고 보안 업계에 종사하는 비상장사의 프리 IPO 단계에서 구주주의 지분 매각 주선을 잘 마무리했다"면서 "유증 실적은 예년 대비 줄었지만 여타 에퀴티 비즈니스로 이를 보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도 회사가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사모 형태의 메자닌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자닌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만 통상 지배구조 개선을 염두에 두고 메자닌 제안을 하진 않는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지속적인 거래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형사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짚었다.

매년 2~3건의 유증 주관을 했던 BNK투자증권도 인수금융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연초 '정통 IB 강화'를 천명했던 BNK는 이를 달성할 파워하우스로서 IB금융본부를 신설, 김미정 전무, 김형조 상무 등 인수금융 전문가들을 충원했다. 이 가운데 대기업 커버리지를 담당했던 김인수 상무도 현재는 인수금융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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