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하나증권, '역대 최다' 스팩합병 트랙레코드 '눈앞'연초 ECM본부 신설 이래 비즈니스 '속도'…껍데기 스팩상장·합병건수 격차 '축소'
권순철 기자공개 2024-09-03 07:42:4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증권이 연간 스팩합병 트랙레코드를 경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 사피엔반도체와 레이저옵텍에 이어 추가로 3곳의 연내 상장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성사될 경우 하나증권 역대 최다 합병 실적으로 남는 동시에 업계 신기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본래 스팩합병에 강점을 지닌 하우스지만 올해 유독 그 성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증권사들의 껍데기 스팩 상장 건수 대비 합병 실적은 저조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최근 합병 작업의 속도를 높이며 그 격차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
◇연내 5곳 스팩합병 신기록 '눈앞'…신설 ECM본부 비즈니스 '속도'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거래소는 에스지헬스케어와 하나22호스팩의 합병 심사가 승인됐음을 공시했다. 지난 4월 30일 청구를 올린지 약 4개월 만에 받아든 결과다. 이 밖에도 지난 14일에는 하나21호스팩과의 합병을 추진하던 엠에프씨가 6개월 만에 심사 문턱을 넘었다.
두 곳이 연내 증시에 무사히 입성한다면 하나증권에게도 새로운 마일스톤이 될 전망이다. 연초 레이저옵텍, 사피엔반도체의 합병 상장이 성사된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아이비젼웍스(하나금융24호스팩)의 증시 입성이 예고돼 있다. 2020년 4곳의 기업을 스팩합병으로 상장시킨 이래 최고 기록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IB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이 하우스는 전통적으로 스팩 업무에 강점을 보여 수준급 합병 성공률을 자랑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껍데기 스팩 절반 이상은 청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면서 "하나증권의 청산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유독 그 성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년 전 무려 6건의 껍데기 스팩을 올린 결과 자연스레 합병에 박차를 가한 것도 있지만, IPO 업무가 전반적으로 빨라지는 맥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초 기업금융본부 산하 ECM 1,2,3실을 신설 본부인 ECM본부에 통합해 속도감 있는 IPO 비즈니스를 예고한 바 있다.
그 결과 실적 공백을 최소화했다. 하나증권은 에이피알 등 여러 굵직한 딜 주관으로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하반기 케이쓰리아이를 제외하고 시장에 나올 만한 직상장 건은 없어 공백이 예상됐지만 스팩합병으로 다시 분주해질 예정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직상장 기업 청구와 함께 당분간은 껍데기 스팩 상장보다 합병 업무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합병 성사 건수 자체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지만 껍데기 스팩 상장 건수와 합병 상장 건수의 격차가 현격히 줄어든 것도 이목을 끈다. 스팩 상장은 2022년 40건을 돌파하는 등 그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합병에 도달한 케이스는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지난 7년간 연평균 29개의 스팩이 증시에 올랐지만 그중 14곳이 실제로 합병에 성공했다.
그동안 스팩 시장에서 이러한 격차는 질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시그널로 여겨졌다.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증시에 직접 오르기 버거운 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것인데, 껍데기 스팩만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이러한 목적성이 희석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만 부각되는 상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팩이 청산 절차를 밟아도 증권사, 발기인 등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손해는 크지 않다. 특히 스팩 청약 계좌로도 조 단위 증거금이 모이는 상황에서 증권사는 수수료뿐만 아니라 초단기 이자 수입 등을 수취할 수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요 비즈니스였지만 미래, NH, 한투 등 대형 증권사들도 덩달아 뛰어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심사 승인을 받은 엠에프씨와 에스지헬스케어는 큰 문제 없이 연내 주총을 거쳐 상장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증권 측 관계자도 "연내 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아직 증권신고서 제출 전인데도 금감원에서 요청 자료가 오는 등 심사가 조기에 이뤄지고 있어 일정이 지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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