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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아이에스는 지금]경영서 빠진 오너자리 채운 외부인력, '신구인력 조화' 화두②아들부터 동생까지, 강한 오너십에서 전문가 체제로…임원 절반이 근속 단 1년

김형석 기자공개 2024-08-30 08:48:17

[편집자주]

일성아이에스가 추진하고 있는 넥스트 오너십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기업 오너가 경영을 내려 놓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 전권을 맡기는 형태다. 선진국은 이미 보편화된 경영체제지만 국내선 낯설다. 특히 오너일가가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보수적 국내 제약업계선 사례를 찾기 힘들다. 다수의 제약사가 오너 경영의 보완 역할로 전문경영인을 등용하는 것과도 다른 형태다. 후계자 공개모집이라는 화두를 던진 일성아이에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구 세력의 조화. 일성아이에스의 임원 명단을 보면 최근 입사한 인물과 장수 근속자들이 섞여 있다. 70년간 오너경영이 지속되면서 오너가를 보좌하던 장기근속자들이 한 축을, 성장 정체 타개를 위해 최근 발탁된 임원들이 또 한 축을 맡는다.

최근 기준 사업보고서 내 올라온 13명의 임원 가운데 절반인 7명이 근속년수가 단 1년에 그친다. 반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임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24년에 달한다. 사실상 모든 미등기임원이 최근 영입된 인력들이고 주요 의사결정은 장기근속자인 셈이다.

발탁 및 영입 인사 그 다음의 전략, 바로 신구 세력의 조화다. 일성아이에스가 오너일가 혹은 장기근속자라는 믿을맨이 아닌 청년 전문경영인(CEO)을 외부에서 뽑아 경영 승계를 하겠다고 결단한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최근 5년간 오너일가 경영참여 대폭 축소, 빈자리 외부영입 인재로

일성아이에스가 공시한 2024년 6월 말 기준 사외이사를 제외한 내부 등기 및 미등기 임원 13명의 평균 근속년수는 8년이다. 그러나 등기와 미등기임원을 나눠 보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등기임원의 근속년수는 평균 24년, 미등기임원은 평균 1.3년에 불과하다.

등기임원진 면면을 보면 사실상 경영과 관련된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업부무의 헤드를 최근에 충원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등기임원 4인은 최대주주인 윤석근 회장을 대표이사로 김영민 상무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곳간을 맡고 윤 회장의 아들인 윤종호 상무는 일반 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노상훈 이사의 경우 자원관리라는 이름으로 인사 업무 등을 총괄한다. 노 이사는 올해 3월 이사회 멤버로 발탁된 인물이다.

사실상 윤 회장의 최측근이자 믿을맨인 장기근속자 등기임원들은 경영상 핵심역할을 하는 주요 관리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영업·생산연구·품질관리·자산운용·부동산개발 등의 사업과 연관된 전 부문에선 모두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 맡겼다.


왜 신규인력들이 대거 참여하게 됐느냐를 놓고 보면 오너경영의 한계를 꺼낼 수 있다. 과거엔 오너일가 인물이 대거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윤 회장의 차남인 윤종욱 전 대표를 비롯해 윤 회장의 동생인 윤덕근, 윤형진 상무 등이 경영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생산관리와 경영관리직을 담당했지만 모두 임기를 끝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모두 외부에서 영입해 채웠다.

◇13명 임원 절반이 근속 1년, 사업확장 전략 '인력풀 혁신'

오너경영 그리고 오너승계를 추진하던 일성아이에스가 갑작스레 전략을 바꿔 외부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건 신규 임원진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외부에서 제약과 자산운용 경력이 많은 인물을 등용해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결국 오너경영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내재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외부영입된 인물을 꼽자면 엄대식 부회장과 조상언·김선호 부사장 등이 있다. 이들 인물 면면을 봐도 꽤 명망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더해 직급이 눈에 띈다. 윤 회장을 제외하고 믿을맨인 등기임원들의 직급이 높아봐야 상무일 뿐이지만 이들 외부 영입인력들은 이보다 높은 부회장,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작년 입사한 엄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한 후 1987년 한국오츠카제약 입사해 2016년 회장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동아에스티 대표를 지내기도 한 한국 제약업계선 거물로 통한다.

1953년생인 조상언 부사장은 태극제약 공장장과 광동제약 생사농괄본부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부터 일성아이에스에 합류해 생산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1969년생인 김선호 부사장은 10년간 부광약품에서 생산업무를 맡다가 올해 일성아이에스로 이직해 생산연구를 맡고 있다.

외부인재에 목마른 일성아이에스는 영입하는 인력풀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으로 역시 지난해 합류한 김상학 전무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한양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만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투자전문가로 현재 일성아이에스에스 자산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부동산개발을 맡고 있는 정재수 이사는 충북대 건축공학 출신으로 대전테크노파크 도시 및 건축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부동산 전문가다. 언뜻 제약업과 무관해 보이는 자산운용 그리고 부동산 개발은 제약업에 집중하던 일성아이에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가늠할 수 있는 사업이다.

◇조율자 부상한 노상훈 이사, 인사업무 한계…결국은 또 '외부영입'

신구세력을 아우르는 역할은 일차적으로 노상훈 이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과 근속기간 짧은 임원들간의 소통 그리고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로 그를 앞세웠다는 평가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 안착하지 못하고 떠난 다수의 사례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김규항 사장과 나혜숙 상무 등이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노 이사는 강원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10월 일성아이에스에 입사해 24년 근속한 인물이다. 사실상 윤 회장 다음으로 임원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일성아이에스에서 근속했다. 비교적 나이도 젊은 축인 52세다.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그를 이사직급으로 등기임원으로 올린 건 그만큼 소통 및 가교역할을 할 누군가가 절실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 이사는 지난해 HR본부장 및 이사로 승진한 이후 현재는 자원관리를 맡고 있다. 회사 내 부사장 또는 전무이사들을 제치고 이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노 이사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일성아이에스가 청년 CEO 공개채용이라는 강수를 둔 건 더 많은 인력들을 채워 적임자를 찾겠다는 의도가 있다. 특히 인사업무에만 초점을 둔 노 이사에게 전적으로 경영승계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늘어나는 신규 인력들을 아우르고 성장을 이끌 경영승계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궁극적으로 제약산업과 신성장 비전을 모두 지휘할만한 역량 및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을 경영 후계자 추대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윤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경영승계를 궁극적인 목표로 사업다각화를 위한 전문성을 확보한 인력을 찾고 있다"며 "인재 발굴을 통해 일성아이에스 사업 방향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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