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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신상필벌 [thebell desk]

이영호 기자공개 2024-09-12 08:10:57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고전 '한비자'에는 '신상필벌(信賞必罰)' 고사가 담겨있다. 진나라 명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문공은 책사인 호언에게 신하와 백성이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게 하는 방법을 물었다. 호언은 "공이 있는 자에겐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에겐 반드시 벌을 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신상필벌 고사를 꺼낸 이유는 '상'보다는 '벌'에 치우진 기관투자자(LP) 출자 풍토 때문이다. 실패엔 엄격하고 보상엔 인색한 환경은 익히 알려져왔다. 신생 프라이빗에퀴티(PE) 프로젝트펀드 출자보다는 대형사 블라인드펀드 출자라는 안정된 선택지를 고르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얼마 전 만난 LP 관계자는 "순환보직이 일반적인 LP들의 조직 특성상 근무기간 동안 '사고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소형사 프로젝트펀드에 출자했다간 내부에서 말이 나오기 십상이라 부담이 적잖다"고 말했다.

올해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대체투자 감사에선 프로젝트펀드에 출자했던 담당자들이 조사를 받았다는 후문마저 돈다. 운용사 주도로 불특정 다수 투자처를 선별하는 블라인드펀드와 달리 투자처가 명확한 프로젝트펀드는 출자자 책임도 부각되기 때문이다. 출자 담당자로선 소형사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한 번 더 망설이게 만드는 사례다.

LP로선 출자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조만간 출자사업 서류 접수를 마감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투자확약서(LOC) 30%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30% 허들은 처음 본다는 반응이 나온다. 어지간한 규모의 하우스가 아니고선 넘기 힘든 요건이다. 대형사에 출자하겠다는 의도다.

회원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투자 안전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LP가 안전 지향 출자에만 집중한 결과 PE 생태계 역동성은 떨어지고 있다. 신생 PE가 등용문을 거쳐 중견 하우스로 성장하는 스토리를 듣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LP만의 책임은 아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도 성장 스토리가 사라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LP 요건이 크게 강화되면서 PE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LP 풀이 제한됐다. 'PE판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LP의 담대한 투자 본능은 아쉽다. 업력과 투자 성과는 비례하지 않는다. 1000억원 미만 소형펀드 투자수익률이 3000억원 이상 대형펀드 투자수익률보다 높다는 한국증권학회지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 하다.

'투자(投資)'를 뜯어보면 던질 투(投)에 재물 자(資)로 이뤄져있다. 위험을 감내하고 돈을 투입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투수도 실투가 나오는데 고차방정식인 투자에 실패가 없을 리가 없다. 성과엔 상을 주고 실패엔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 실패에 초점이 맞춰진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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