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4]"한국 지상사 영업 비중 지속 확대할 것"②정현숙 유럽우리은행 법인장 "지적사항 하나둘 개선, 영업 장애요소 해소"
프랑크푸르트(독일)=조은아 기자공개 2024-11-06 12:49:19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크푸르트'란 수식에 걸맞게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최고의 스카이라인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노르만 포스터가 건축한 메세투름(265m)은 특유의 연필 모양으로 아름답고도 독특한 경관으로 유명하다. 사무실이 밀집한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최상위권 오피스 건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2018년 11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우리은행 유럽법인(유럽우리은행)은 메세투름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과 같은 건물이다. 프랑크푸르트 시내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메세투름 29층에서 정현숙 유럽우리은행 법인장(사진)을 만났다. 국내 금융회사 최초의 여성 법인장이자 유일한 여성 법인장이다.
◇지적사항 대폭 개선…자본비율 규제 완화 이끌어
우리유럽은행의 역할 역시 다른 시중은행 유럽법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금융 솔루션과 자금 조달, 외환 거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궁극적 목표는 한국 기업이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정 법인장은 지난해 10월 발령을 받았다. 이후 현지 인허가를 거쳐 올해 1월 법인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아직 정상 궤도에 들어서지 못한 유럽우리은행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런 만큼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인 부분도 법인의 '정상화'다. 특히 자본비율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면서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이르면 내후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부에선 보고 있다.
정 법인장은 "2022년~2023년 독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받았던 감사 지적사항을 하나하나 개선했다"며 "그 결과 분데스방크와 금융감독청(Bafin)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각종 자본비율 규제 완화 및 경감 요청을 당국에서 적극 수용해 영업의 큰 장애요소를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금융 규제가 빡빡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유동성 규제의 강도가 높다. 독일 내 금융기관들은 장단기 유동성 비율을 매일 맞춰나갸야 한다. 때문에 유동성 조달 수요에 늘 시달리고 있다.
유럽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의 해외 네트워크 가운데 그리 규모가 큰 편에 속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정 법인장이 느끼는 부담감과 무게감은 상당하다. 특히 앞으로는 유럽우리은행의 역할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법인장은 "헝가리사무소와 내년 설립될 폴란드 바르샤바지점이 유럽법인 산하 조직으로 연결돼 있다"며 "각 나라의 사정과 규정에 따라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개국에 흩어진 조직을 파열음이 나지 않도록 운영해야 하며 유럽법인을 지원해주는 국내 글로벌본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 아는 것에 집중…"한국 지상사 영업 비중 확대"
정 법인장은 기업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1973년생으로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상업은행으로 입행했다. 여신심사, 대기업심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외환업무센터, IB사업단, 대기업심사부 등을 거쳐 2020년 반월공단, 2021년 양천구청 지점장을 지냈다. 유럽우리은행으로 오기 직전엔 '기업금융의 꽃'이라는 삼성기업영업 지점장을 지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앞으로 자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한국 지상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시중은행 해외법인이 너도나도 최우선 목표로 '현지화'를 외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다.
정 법인장은 "한국 기업들은 독일에 유럽본부나 자금집중센터 형태로 많이 진출해 있으며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이해도가 낮은 유럽 기업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보다는 한국 지상사에 대한 영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당국의 지적사항 중 하나였던 IB성 대출 비중 과다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하면서 지상사 위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라며 "유럽법인의 자산 캐파(CAPA)를 확대하는 게 당분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 법인장은 과거 LA지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환경 차이가 궁금했다. 정 법인장은 적응하기 힘든 유럽의 노동문화와 함께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를 꼽았다. 특히 금융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 법인장은 "독일 감독당국은 매우 촘촘한 규제와 엄격한 관리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규모가 크지 않은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직원 개개인의 전공과 경력, 인원 수, 급여 수준 등을 다 확인하고 지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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