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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했던 MBK, '동문서답' 고려아연 조목조목 지적 김광일 부회장 "고려아연 거버넌스 문제", 원아시아·이그니오 투자 등 주주가치 훼손 언급

최재혁 기자공개 2024-12-10 15:05:32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0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너는 국어를 못해’라고 지적하는데 상대방은 ‘우리는 수학을 잘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산업 펀더멘탈이 아닌, 거버넌스 구조에 있다.”

10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김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지난 9월 이후 3개월여 만에 공식석상에 나섰다.

당초 발표는 오전 10시 40분에 예정돼 있었으나, 김 부회장은 이보다 10분 앞서 단상에 섰다. 이날 김 부회장은 질의응답 시간을 포함해 간담회 동안 옅은 미소를 머금고 여유로운 자세로 자리에 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부회장은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고려아연의 거버넌스 문제를 조목조목 짚으며 주주가치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단순히 지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이사회에 들어간 후 직접 안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반복해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산업 펀더멘탈은 우수하다며, MBK파트너스는 거버넌스의 결함을 지적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학창시절 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국영수 모두 잘해야 하는 것처럼, 기업 경영도 모든 영역에서 우수해야 한다”라며 “고려아연은 경영 구조 악화로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고 강조한다”며 “국어 산문을 말하고 있는데 수학 공식을 읊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취임 이후 비효율적인 투자로 총 2.5조가량의 고려아연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정석기업 투자 사례를 들며 고려아연의 이사회 관리 감독 기능이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추상적으로 피해규모를 설명하는 대신, 계산 과정을 보여주며 손실을 입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액션 플랜도 제시했다. 먼저 김 부회장은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거래 유동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이후 주식유통량이 감소한 상황을 액면분할로 타개하겠다는 의미다.

또 이사회에 들어가는 즉시 자사주 12.3%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로부터 50일이 지났지만 최 회장은 아직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소각하겠다’ 다섯 글자면 된다”라며 최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3%룰을 활용해 소수주주 참여 방안을 늘리겠다고 전했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주요 주주가 의결권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정이다. 김 부회장은 이를 통해 소액주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받아 감사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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