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논란 해소하겠다"…고려아연 해명 들어보니증자 검토 시점 23일 이후…"증권신고서 착오 기재 발생"
이호준 기자공개 2024-11-04 09:02:4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해와 소명." 고려아연의 입장이다.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법 행위 가능성을 의심해 조사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은 "의도적인 조작이 아닌 단순한 오해와 절차상 오류였다"는 설명을 내놨다. 유상증자의 목적 또한 "경영권 방어가 아닌 시장 불안정성 해소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들여다보겠다고한 이슈는 많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양측 모두에 제기된 외부 세력과의 결탁설, 각종 풍문 유포, 상호 간 공개매수 방해 행위 등을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 금감원은 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 중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핵심 조사 내용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다. 전일(31일) 함용일 부원장의 브리핑에선 유상증자 건을 별도로 다뤘다. 함 부원장은 "목적과 배경, 회사와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 증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포함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소각 예정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신규 발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조달한 자금 중 2조3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배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목적으로 메리츠증권과 하나은행에서 2조3000억원을 차입했다. 만약 유상증자가 추진된다면 이는 사실상 주주들의 자금으로 지배권 방어를 돕는 셈이 된다. 자사주 공개매수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 명시한 기존 증권신고서 자금 사용 목적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
또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서 모집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전 영업일인 11일에 제출한 자사주 공개매수 정정신고서에서는 "향후 구체적 장래 계획이 없다"고 했다. 주주들이 유상증자 계획을 미리 알았다면 공개매수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어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유상증자에 대한 예상치 못한 싸늘한 반응과 파장이 일자 고려아연은 빠르게 해명에 나섰다. 특히 보도자료와 언론을 통해 밝힌 해명은 두 가지다. 첫째는 유상증자의 목적이 공개매수 자금 회수가 아닌 시장 불안정성 해소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달 전부터 이어진 양측의 공개매수 경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이 크게 줄었다. 코스피에서는 일반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가 전체의 5% 미만일 경우 해당 주식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며 향후 상장 폐지 및 MSCI 지수 제외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긴급히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시중 고려아연 주식의 유통 물량을 늘리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다양한 주주 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기간에 유상증자를 계획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오해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14일부터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른 부채 처리 방안을 논의했는데 미래에셋증권이 이를 사후에 유상증자 실사 시작일로 잘못 적었다는 설명이다. 일반공모 증자를 검토한 시점은 23일 자기주식 공개매수 종료 이후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당사는 자료가 공개된 상장법인이므로 회사채 발행 등 부채 조달 실사 결과를 유상증자 실사에도 거의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증권사가 기존 실사 결과를 사후적으로 증자에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은 금융 당국에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고려아연 측이 정상적 거래를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는 진행 중인 추가 현장 조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유상증자 계획을 알고도 누락했다면 허위 기재에 따른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금감원의 정정 명령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공개매수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목적과 장래 계획을 세세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진해 정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조사가 진행 중이긴 하나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반할 우려가 있어 자본시장의 반발을 고려해 자진 철회와 수정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고려아연에 철회를 권고하는 무언의 압박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의혹을 강하게 품고 있는 상황에서 소명이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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