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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슬림화한 신한카드 박창훈, '양적 혁신' 강조 [2025 승부수]이자비용 증가, 시장점유율 하락, 히트상품 부재 위기의식…"불필요함 버려야"

김보겸 기자공개 2025-01-03 09:07:57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3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창훈 신한카드 신임 대표(사진)가 올해 경영방향으로 '양적 혁신'을 강조했다. 연말 조직개편에서 조직 자체를 슬림화하는 동시에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양적 시도를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일당백'을 주문한 것이다.

신한카드 대표 교체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임자인 문동권 전 대표가 신한카드 내부 출신으로 신임도가 높은데다 1위 수성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역대 대표 중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하며 예상 밖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금융지주가 수장 교체에 나서며 계열사 전반을 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신한카드 신년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IMF 이후 최대 위기…"양적 혁신으로 극복해야"

2일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요즘처럼 위기 신호가 체감되는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는 현실인식을 나타냈다. 현 상황이 IMF와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다.

실제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에는 금융위원회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또다시 인하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를 금리를 0.25%씩 2번 인하할 것으로 시사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고객의 돈을 예금하는 수신 기능이 없어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금리인하가 느려질수록 자금조달 부담이 커진다.

박 대표의 현실인식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엿보인다. 그는 "비용을 줄이면서도 시장지위를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수익자산은 확대하며 서비스를 단순화하면서도 히트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은 보통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난제"라고 짚었다.

신한카드가 처한 대내외적 도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지난해 신한카드는 고금리 여파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이 6887억원에서 7781억원으로 900억원 가까이 늘면서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의 순이익 격차는 390억원에서 212억원으로 줄었다. 상반기 시장점유율 역시 신한카드(20%) 뒤를 현대카드(19%)와 삼성카드(18%)가 바짝 쫓고 있다. 하나카드가 출시한 해외결제 체크카드인 트래블로그의 '패스트 팔로워'로서 신한카드가 업계 2위로 따라붙었지만 이를 선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키워드로 박 대표는 '양적 혁신'을 제시했다. 질적 혁명은 양적 혁신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앞서 신한카드는 기존 5그룹 23본부 체계에서 4그룹 20본부 체계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대내외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체질을 개선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양적 혁신이 없는 회사가 질적 혁명을 이룬 사례는 없다"며 "질과 양은 서로 분리되는 세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직 슬림화와 동시에 양적 혁신 강조하며 내실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과거 성공 방정식, 앞으로도 유효하진 않아"

동시에 '변화'도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그 시대 상황에 맞춰서 우리를 오늘 여기까지 이끌었던 동력인 과거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그 성공 방정식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쟁사 전략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내비쳤다. 인구 감소와 시장 성장률이 정체하는 상황에서 테크 기업들은 디지털로 무장하고 있으며 과거 카드사의 성공방식을 참고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카드사의 존재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고객 관점에서 작은 불편함도 없는 페이먼트 프로세스 혁신과 스캔들 제로 △페이먼트 경쟁력에 따른 시장 지위의 확대 △시장 지위의 확대에 따른 지속 가능한 수익성 창출이다.

그는 "이러한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바꾸어 달라"며 "나머지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변화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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