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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 첫 주자 수은, 투자자 선택지 확대 '총력' 만기 3년물부터 10년물까지…만기 다양화 추진

이정완 기자공개 2025-01-10 14:07:38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6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신에 안 좋은 기사만 많이 나와서 걱정이 큽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을 바라보는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시장 환경을 이렇게 평했다. 작년 연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경제는 핵폭탄급 충격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올해도 시장 문은 열렸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순수 국내 발행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투자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전과 다르게 만기 구조도 최대한 다변화하고 FXD(고정금리부채권)와 FRN(변동금리부채권)을 모두 선택하면서 투자자 선택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잠재 한국물 발행사를 위해 금리를 최대한 끌어내리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관심 집중 FRN 올해도 다시 선택

6일 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오는 7~8일경 글로벌본드 북빌딩에 돌입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이 등판하면 순수 우리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외화채를 발행하는 셈이다. 앞서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북빌딩에 나서긴 했으나 미국법인이란 점에서 다소 성격이 다르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기업과 유사한 발행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이 마주한 한국물 발행 여건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정치적 소용돌이가 잠잠해지나 싶었으나 작년 연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되면서 다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글로벌 채권투자자의 심리를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은 투자자 선택지를 최대한 늘리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수출입은행은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대규모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데 작년 1월에는 3·5·10년물, 지난해 9월에는 3년물과 5년물로 만기 구조를 짰다.

이번에는 만기를 더 늘릴 전망이다. 지난해 1월과 유사한 구성에 7년물까지 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 환경까지 고려해 투자자가 원하는 트랜치(Tranche)에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9월 발행에서 많은 투자자의 수요를 확보한 FRN도 추가하기로 했다. 당시 총 20억달러 중 5억달러를 FRN으로 발행했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한 국내 은행의 한국물 발행에서 FRN이 인기를 얻은 데 착안해 FXD와 FRN을 동시에 선보였다. 만기까지 금리가 정해지는 FXD보다 금리 인하에 따라 금리 변동성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FRN 투자 기회를 열어두기로 했다.

◇'벤치마크' 역할 어느 때보다 중요

수출입은행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상 모든 한국물 발행사와 IB업계 관계자가 수출입은행의 발행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입은행 프라이싱 이후 한국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하나은행, 대한항공 등이 줄줄이 등판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도 발행 후보다.

IB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통시장에서 한국물이 선방했다고 해도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글로벌 채권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없다”며 “수출입은행의 부담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도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AA급 신용도로 평가받는 만큼 그 무게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후속타자로 등장할 민간기업의 경우 수출입은행 발행 결과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벤치마크 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무리하게 발행 규모를 키우기보다 금리 조건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수출입은행은 통상 상·하반기 발행에서 20억~30억달러를 조달해 왔다. 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20억달러 내외에서 전체 발행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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