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승부수]법정공방 극복 HD현대...권오갑 회장, '법과 원칙' 강조"중국 조선업 성장, 막연한 것 아냐…미 조선 협력은 '기회'"
허인혜 기자공개 2025-01-13 10:19:59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9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사진)은 구성원들에게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요청이지만, 제조업 그룹의 신년사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제언이다. 오랜기간 라이벌 기업과의 법정 공방에 시달린 만큼 앞으로 같은 리스크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읽힌다.권 회장은 또 중국 조선업의 성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의 조선분야 협력은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덕성' 우선가치로…KDDX 갈등 고려한 듯
권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안전과 기술혁신, 신사업 투자 등 네 가지 키워드를 전했다. 네 가지 목표 중 눈에 띄는 것은 '도덕적 정당성'이다. 권 회장은 "모든 의사결정은 법과 원칙에 따르고 도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적었다. 권 회장은 "올해는 특히 국내외에서 어려운 일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이럴 때 일수록 의사결정의 순간순간마다 원칙을 생각하자"고 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회사의 가치와 명예를 훼손할 권리는 없다"며 "경영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HD현대그룹은 중간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기반 그룹이다. 피어그룹의 신년사를 보면 통상 기술 발전 등 제조업과 관련된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권 회장이 기술혁신과 같은 무게로 도덕성을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장기간 HD현대그룹을 괴롭힌 법정 공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경찰 고발을 취소했다. 과거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에 대한 고발장이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는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로부터 3년간 1.8점의 보안감점을 받고 있다. 한화오션의 고발 취소로 법정 공방 리스크는 사라졌지만 감점은 유효하다.
KDDX 방산업체 지정은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 8조원 규모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중이다. HD현대중공업에게 중요한 한해인 만큼 이전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국 만만치 않아, 미국 시장 주시해야"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중국은 글로벌 조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신조 점유율 1위도 차지했다. 무기는 저가 수주다. HD현대그룹은 가격만으로는 경쟁하지 않을 계획이다. 쌓였던 저가 수주 물량을 바쁘게 털어낸 참이다. 중국 견제와 미국 협업을 동시에 잡을 방법으로 기술혁신을 언급했다.
권 회장은 조선 호황기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환경이 밝지만은 않다고 했다. 권 회장은 "호황은 영원할 수 없다"며 "그룹의 핵심인 조선사업은 지금과 다른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조선업의 성장도 막연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미국과의 조선분야 협력은 우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미국과의 공조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기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시장 자체도 기회가 많아졌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가 높아졌다. HD현대그룹이 강점을 지닌 분야다. 특수선 신조 건조와 유지보수(MRO) 사업도 전망이 밝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미국 해군 MRO 사업 자격을 확보하는 등 시장 진출에 매진 중이다.
신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HD현대그룹은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로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지분투자, 연료전지 사업 진출 등을 핵심 먹거리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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