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배터리 재무점검]'적자' LG엔솔, 가동률 저하·재고 누적 '이중고'①외화채로 시설자금 조달…전기차 '캐즘' 모회사 양극재 투자에도 영향
김동현 기자공개 2025-01-15 07:47:28
[편집자주]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한국 산업을 이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던 배터리 산업이 혹한기를 지나고 있다. 그룹의 지원을 등에 엎고 전방위 투자에 나섰던 국내 업체들은 성장 침체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전환 흐름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가올 미래 성장기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벨이 배터리 산업을 이루는 주요 업체의 재무 상황을 되짚어보며 그룹 차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4:3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이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반영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기)에도 흑자를 유지했지만 연말 재고조정 영향을 피하지 못하며 3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연간 흑자(5754억원)를 유지하긴 했으나 분기별 AMPC 혜택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간 적자로 돌아선다.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 중인 모회사 LG화학도 영향을 받아 첨단소재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 재건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 확보가 다시 한번 필요한 시기다. 최근 2년 사이 가동률 하락과 재고 누적 등 이중고를 겪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원가 절감을 주요 목표로 내세운 상태다.
◇설립 이래 가동률 최저, 불용재고 처리
지난해 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적자전환 주요인으로는 불용재고 처리에 따른 일회성비용 반영이 꼽힌다. 고객사 물량 감소, 판가 하락 등 대외 요인도 적자전환의 요인 중 하나이지만 시장에선 판매 불가의 불용재고 폐기에 3000억원 정도의 일회성비용이 회사 실적에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호황기 쌓았던 재고물량 소진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줄곧 7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장 정책을 펴나가는 와중에도 폴란드, 중국 등 주요 생산거점의 높은 가동률을 기반으로 연결 기준 70% 초중반대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당시 전동화 흐름에 맞춰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증설 초기 단계의 공장도 높은 가동률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기차 캐즘이 점차 배터리 업체로 전이되기 시작한 2023년을 기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도 점차 하향 조정됐다. 2022년 연간 가동률 73.6%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생산 조정에 따라 가동률이 70% 아래인 69.3%로 내려왔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59.8%까지 내리며 생산라인에서도 업황 악화 대응에 나섰다.
가동률 하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재고자산 총액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업 확대에 따라 가동률이 최고치를 보였던 2022년 7조원에 이르는 재고자산을 보유했다. 당시 제품, 반제품, 원재료 등 재고자산을 이루는 주요 항목들이 많게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기존 재고를 소진해야 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가동률을 떨어뜨리며 재고를 감축하기 시작했고 2023년 5조3963억원, 지난해 3분기 말 5조3658억원 등으로 그 규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재고자산 2년 연속 2500억원 내외 규모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충당금을 설정해야 했다.
◇CAPEX·순차입금 '최고점'
기존 생산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가동비용, 재고자산 손실 등 고정비로 빠져나갈 금액이 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줄이기 위한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미국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제품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
진행하던 신증설 투자로 회사는 3분기 말 기준 자본적지출(CAPEX)로 9조원의 금액을 이미 투입했다. 전년도 연간 CAPEX(10조원)에 맞먹는 금액으로, 실적 악화로 수익성이 저하했음에도 외화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사채 규모는 7조2505억원에 이르며 이는 회사 총차입금(16조9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지난해 6월에만 2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하며 시설투자 자금을 모았다. 대신 회사가 예상하는 실적 회복기 이후인 3년, 5년, 10년 후 등으로 상환시기를 분산했다.
다만 총차입금 규모에 비해 보유 현금성자산은 5조4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순차입금이 처음으로 11조5000억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자본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순차입금비율도 지난해 말(24%) 대비 16%포인트(p) 오른 4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86.4%에서 10%p 이상 오른 98.7%로 올라가며 100%에 근접했다.
◇LG화학 영향 불가피, 생산능력 재조정
LG에너지솔루션의 위기 극복은 모회사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 내 양극재 사업에서 '고객사'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LG화학이 2030년까지 비(非)LG에너지솔루션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매입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전방시장의 부진으로 양극재 투자 계획을 재조정한 상태다. 전지재료·전자소재·엔지니어링소재 등으로 구성된 첨단소재 부문에서 양극재 등 전지재료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0%가 넘는다. 첨단소재 부문 수익도 주로 해당 사업이 지탱한다.
최대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당분간 재고조정 및 라인 전환 등 원가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는 만큼 LG화학의 양극재 사업도 속도조절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미 회사는 2026년 28만톤의 글로벌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20만톤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IR Briefing]에스바이오메딕스 "파킨슨 치료제 글로벌 상업화 원년"
- [와이즈넛 road to IPO]검색증강생성 이용한 'AI 에이전트' 시장 조준
- [대진첨단소재 road to IPO]'불리한 업황' FI 매입단가보다 낮은 공모가 '눈길'
- [대진첨단소재 road to IPO]이차전지 혹한기 상장 출사표, 2000억대 몸값 통할까
- [i-point]제이스코홀딩스, 인하대와 제조업 디지털 전환 MOU
- [코스닥 첨단전략산업 돋보기]배터리솔루션즈, 배터리 재활용 '해외 선제 투자'
- [와이즈넛 road to IPO]기대 못미친 수요예측 성적표, 성장성 의구심
- [건기식 R&D 스토리]휴온스푸디언스, 2년만 신규 개별인정형 원료 확보
- [Red & Blue]'휴머노이드' 섹터 각광, 하이젠알앤엠 수혜 부각
- [i-point]'큐브엔터 계열' 아더월드, SL:U 두 번째 시즌 공개
김동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Company Watch]LG화학 양극재 '단계적 증설' 뒷받침한 LG-HY 합작
- [해외법인 재무분석]HD현대일렉, 새로운 '기대주' 알라바마·유럽
- [혹한기 배터리 재무점검]'적자' LG엔솔, 가동률 저하·재고 누적 '이중고'
- [CAPEX 톺아보기]말레이 집중한 롯데EM, '캐즘' 대비 긴축모드
- [Earning & Consensus]LG엔솔, AMPC에도 적자…예고된 '수익성 저하'
- [HD현대그룹 밸류업 점검]'막내' HD현대마린솔루션, 현금배당 중심 주주환원 확립
- [HD현대그룹 밸류업 점검]HD현대건설기계 중장기 성장 '열쇠' 쥔 인도시장
- [HD현대그룹 밸류업 점검]기업가치 '4배' HD현대일렉, 성장 떠받칠 '신증설' 투자
- [HD현대그룹 밸류업 점검]정체기 지나는 HD현대인프라, '친환경 R&D' 기반 다지기
- [2025 승부수]캐즘 이후를 준비하는 에코프로, '기술·가격' 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