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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상생금융 확대, 제동 걸린 '밸류업' 영향은 [현장줌人] 이재명 대표 "강요·강제 없다" 일축했지만…'은행법 개정안' 파장 촉각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21 12:47:54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1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으로 주요 은행장을 소집하면서 은행권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은행권이 환율, 금리 불확실성에 노출된 데 이어 정치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소통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을 뿐 특정 사안에 대해 강요나 강제는 없을 것이라 일축했다. 그럼에도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은행권 상생금융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금리 인하로 인한 이자이익 축소, 고환율에 따른 자본비율 악화에 더해 상생금융 부담까지 확대되면 최근 기세가 꺾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회공헌집행금액, 2년 연속 증가 유력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이 대표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참여했다. 은행권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은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여러분들에게 강요해서 무언가를 얻어오거나 아니면 무언가를 강제하기 위한 건 전혀 아니다"라며 "금융기관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들어보고 또 여러분들이 활동하는 데 정치권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우려를 일축했음에도 은행권은 전례 없는 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권과 상생금융을 논의해 온 주체가 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라는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은행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주문했다. 은행권이 호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현 금융 당국이 은행권 실적에 걸맞은 상생금융에 나설 것을 당부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금융 당국에 이어 야당까지 상생금융 확대를 요구하면서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금액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주요 은행별 사회공헌금액은 하나은행 2624억원, KB국민은행 2578억원, 신한은행 2536억원, 우리은행 2026억원, 기업은행 2184억원, NH농협은행 1863억원 순이다.

간담회를 위해 은행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취합한 2024년 예산 또는 참정치는 하나은행 약 4000억원, KB국민은행 2859억원, 신한은행 약 2800억원, 우리은행 2719억원, 기업은행 약 2200억원, NH농협은행 2046억원으로 전년 대비 상향됐다.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올해 집행되는 사회공헌활동 금액이 2년 연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출처=은행연합회, 더벨 취재

◇가산금리 산정체계 변화 추진

또 더불어민주당은 가계와 소상공인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해 줄 것도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은행법 개정안에 은행권이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세부 논의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개정안에는 가산금리 산정체계 수정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은행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은행권의 상생금융 부담은 전에 비해 가중된다. 사회공헌활동 투입되는 예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권의 가산금리 산정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상생금융보다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은행권은 은행법 개정안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환율 급등으로 인한 자본비율 악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가산금리 산정체계 수정이 더해지면 당초 계획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은행법 개정안이 구체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금융지주 주가는 지난해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으나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투자자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일제히 조정을 겪었다. 금융지주 CEO들은 올들어 최근 투자자 서한 발송, 자사주 매입, 외국계 기관투자가 미팅 등으로 밸류업 불씨 살리기에 한창이다. 은행법 개정안 경과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과 야당 대표 간담회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간담회에서 오간 내용이 미칠 영향을 논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며 "상생금융 확대나 은행법 개정안 추진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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