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지금]'확실한' 조달카드, 모비스·오일뱅크 지분매각 가능성은④과거 계열사 지분매각 사례 다수…그룹 지배구조 변동에 가능성 높지 않을듯
이호준 기자공개 2025-02-10 13:42:18
[편집자주]
현대제철에게 지난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불황으로 수익성이 급감했고 저가 철강재를 겨냥한 반덤핑 제소와 사업장 셧다운 시도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보다 순탄한 한 해를 기대했겠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파업 등 내부 리스크,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국내외 투자 검토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대제철은 지금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까. 더벨이 현대제철의 현황과 향후 과제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14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기로 하자 시장에서도 조달 시나리오를 세우기 시작했다. 수조원대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이 보유한 계열사 및 관계사 지분도 얼마든지 유동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현대모비스 주식 등은 회사의 단순한 재무적 자산이 아니라 그룹 순환출자 구조와도 맞물린 핵심 자산이다. 현대제철의 지분 활용법에 따라 자금 조달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최대 1.6조…인수 여력 충분한 계열사 많아
현대제철의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조달'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토목공사부터 전기로 설치, 인건비까지 최소 7조~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대제철이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보유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2조원, 에비타가 2조~3조원 수준이며 차입 여력도 풍부한 상황이지만 미국외 다른 지역의 전략적 투자나 경기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작지 않다.
시장에서는 ‘지분 매각’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과거 경영 부담이 커질 때마다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했다. 2013년 당진제철소 제3고로 건설(투자액 3조2000억원) 당시 현대카드 지분을 현대차에 매각해 1750억원을 확보했다. 2020년에는 HD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2024년 6월 기준 현대모비스 지분 5.8%, HD현대오일뱅크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장부가액으로는 각각 1조3000억원, 1170억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현대그린파워(29%)와 그린에어(51%) 등 관계·종속기업 보유 지분 가치가 1685억원에 이른다. 총 1조 5860억원 규모다.
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분 활용법은 현대제철에 적지 않은 자금을 안겨줄 수 있는 묘수다. 보유 지분 중 일부만 처분해도 수천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된다. 기존 사업 구조조정 방식처럼 노조와의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적다. 게다가 현대차그룹 내에는 현대차·기아, 현대글로비스 등 인수 여력이 충분한 계열사들도 많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최대 10조원까지 예상되는 대미 투자에서 조달 규모가 크지 않은 다른 지분과 달리 현대모비스 지분이 현대제철의 최대 활용 자산이라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 축으로 현대차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가치가 높아 이를 매각한다면 외부 매각이 아닌 그룹 내 자산 재배분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는 곧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복잡한 문제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현대제철이 과거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어도 현대모비스 지분만큼은 20년 넘게 건드리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한 차례 예외로 2018년 그룹이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을 분리해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다. 당시 회사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현금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한 바 있다.
따라서 지분 활용법은 단순한 자금 마련을 넘어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변화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관측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투자금 배치와 함께 유동화할 수 있는 수단을 면밀히 검토 중일 것"이라며 "순환출자 해소와 적절한 시기가 맞물린다면 모비스 지분 매각은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대미 투자 계획은 여전히 검토 단계"라며 "현대모비스 지분 활용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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