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사조오양 사외이사 해보니…"1대7로 고군분투"이상훈 경북대 교수 "반대 의견 내면 분위기 냉랭, 이사 주주충실 의무로 3%룰 보완해야"
김지효 기자공개 2025-02-24 08:10:3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08시3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그는 주주 권리에 대해 오래 연구해오면서 학계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3년간은 사조오양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실제 현장에서 사외이사의 역할과 그 한계에 대해서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더벨이 이상훈 교수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문제의식 부재한 이사들에 비지배주주 시선 제시”
사조그룹 계열사들은 그룹에서 몸담은 전직 임원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사례가 잦다. 그만큼 이사회의 독립성보다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다. 사조오양의 경우에는 전직 임원들은 없지만 이 교수를 제외하고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배주주 측에서 추천해 선임됐다. 이 같은 사오조양에 이 교수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었던 건 ‘3%룰’ 덕분이다.

힘겹게 이사회에 진입했지만 동등한 권리를 가진 한 명의 이사로서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았다. 이 교수는 “특정 안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이사회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건 물론이고 1대 7로 의견이 갈리면서 바로 표결하자는 태도로 나오는 이사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푸디스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에 제공된 자료가 너무 부실한 데다 비용 및 예상수익 등에 대한 검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이사회 구성원도 아닌 오너3세 주지홍 부회장이 진두지휘하였다는 점 등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하며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3년간 주주환원을 높일 것을 최우선으로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사외이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만큼 지원도 열악했다. 사조오양 사외이사(감사위원 포함)의 1인당 보수는 연간 1200만원으로 월 100만원 남짓이다. 이는 코스피 100개 기업 중 최저수준인 한국가스공사가 사외이사 1인당 연간 13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한 것보다도 적다. 이 교수는 “자료 요청을 해도 제대로 제공이 되지 않았다”며 “보수가 낮은 것도 사외이사를 그저 ‘용돈벌이’ 자리로 여기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3년이었지만 의미도 있었다. 실제 변화도 이끌어냈다. 이 교수는 이사회 멤버가 된 이후 특히 내부거래, 특수관계인 등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자 이후 보고된 비슷한 안건들에서는 지적 사항이 보완됐고 유사한 사례의 보고가 확연히 줄었다.
이 교수는 “그간 폐쇄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해오며 아무 문제의식 없었던 기존 이사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줌으로써 내부 경영진에게 일반주주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로 인식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번번히 이루어진 1대7 표결로 결과를 바꾸기는 어려웠던 점에서 보듯이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3%룰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몸소 보여준 사례가 됐다”고 강조했다.
◇”사조그룹 지분 쪼개기에 연임은 불가능, 이사 주주충실 의무 도입 필요”
이 교수의 사외이사 임기는 오는 3월 만료된다. 하지만 연임은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3%룰이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주주총회 이후 사조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 사조오양 지분을 매수하고 나섰다. 삼아벤처를 제외한 계열사 5곳은 지난해 말까지 딱 3% 안팎의 사조오양 지분을 확보해뒀다. 이들 계열사들은 감사위원 선임에서 각자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3%룰을 의식한 ‘지분 쪼개기’인 셈이다. 사조그룹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계열사들이 서로 지분을 사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3%룰의 의미를 되살리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만들기 위해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가 도입돼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는 이사가 기존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범위를 확대해 그들의 이익을 고려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국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 교수는 2015년 삼성물산 합병에 이어 2021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때부터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사 주주 충실의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북극성이 어딘지 먼저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미시적 문구로 모든 상황을 규정할 수 없으므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라는 원칙을 명시해 더 이상 핀셋규제가 아닌 한 차원 높은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총수의 존재가 기업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주식회사는 기본적으로 돈을 낸 주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강한 중력 앞에선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듯이 모든 게 총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사 주주충실 의무는 실제 기업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총수가 일반주주의 몫을 빼앗지 못하도록 이사에게 책임을 부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V가 먼저 생기고 TV드라마가 나온 것처럼 일단 이사 주주충실 의무를 도입하면 여러 면에서 다양한 순기능이 생길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교수는 “지난 3년간 이사회서 낸 의견들이 다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사조그룹 역사상 가장 도전을 많이 받았던 사례였을 것”이라며 “1대7 구도였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전혀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직접 대면하며 의견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의 주주제안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 추천으로 사조오양 이사를 맡게 된 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며 “상법개정과 관련해 이사 주주 충실 의무라는 나침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note]세대교체 VC협회장의 첫인상
- K-바이오 예찬
- [thebell interview]사조오양 사외이사 해보니…"1대7로 고군분투"
- 한화의 아워홈 난제 풀이
- [로이어프로파일]법률·산업 아우르는 전문가, '최연소 대표' 안희철 디엘지 변호사
- [thebell note]삼성화재 밸류업과 자사주의 단면
- [thebell note]큐라클의 신약개발, 규제도 변할 수 있다
- [thebell note]신탁사 건전성 규제, 꼭 지금이어야 하나
- LP를 위한 세레나데
- [Key of PMI]김관식 에어인천 대표 "통합 성공 후 3조 매출 목표"
김지효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thebell interview]사조오양 사외이사 해보니…"1대7로 고군분투"
- [이사회 다양성 점검]상장사 이사회 평균연령과 PBR 상관관계는
- [이사회 다양성 점검]사외이사 평균연령은 60.2세, 최연소는 1994년생
- [이사회 다양성 점검]상장사 80·90년대생 등기임원 비중, 오락·문화 업종 '톱'
- [이사회 다양성 점검]30대 대기업 평균연령 59.6세, 카카오가 제일 젊어
- [이사회 다양성 점검]상장사 등기임원 평균연령 58.4세, 여성과 남성 5살 차이
- [이사회 다양성 점검]여성 등기임원 선임 기업, 경영성과 영향은
- [thebell interview]거버넌스 개선 출발점은 공시, 당근책 필요
- [이사회 다양성 점검]여성 등기임원 '해외대' 수두룩, 국내 원톱은 '서울대'
- [이사회 다양성 점검]여성 사외이사 '교수'가 대세, 기업인·변호사도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