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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홈플러스 사태와 오너십의 무게

정유현 산업3부 차장공개 2025-03-14 07:36:2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에서 오너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정경유착, 편법 승계, 경제력 집중 등의 논란이 반복되면서 재벌로 대표되는 가족 경영 체제는 늘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는 오너십의 유무는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투자를 단행하는 것,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결국 오너의 결단에서 비롯된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도 이 차이는 분명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 사태는 기업을 바라보는 오너의 시각 차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 보여준다. 오너들은 기업을 '경영의 주체'로 보는 반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관리해야 할 '금융 자산'으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매출 상위권의 점포 위주로 매각을 한 사례만 봐도 오너십이 있는 기업과 다르다.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와 신동빈 회장의 롯데쇼핑(롯데마트)도 2019년부터 점포 매각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IFRS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수익이 안 나는 점포가 손상 평가의 대상이 됐다. 순손실 부담이 커지다 보니 장사가 안되는 매장을 정리한 것인데 MBK는 장사가 잘되는 알짜 자산들을 판 것이 차이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잘 되는 매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객이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콘텐츠를 강화한 프리미엄 매장을 지금도 더 늘리고 있다. MBK 산하의 홈플러스가 변화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메가푸드 마켓'으로 전환하기 위해 나름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속도와 강도는 경쟁사들과 달랐다.

유통 시장이 급변하는 동안 정용진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미래'를 고민했고 해답을 찾았다. 수조원을 들여서라도 이커머스가 줄 수 없는 오프라인의 경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판을 키웠다. MBK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따라가는 전략을 취했을 뿐이다.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절차 신청' 공식 보도자료가 발송된 날이 3월 4일이다. 공교롭게 이날 신세계그룹도 유의미한 보도 자료를 냈다. 정용진 회장 취임 1년을 기념하는 내용인데 '독하게 일만 한 1년, 정용진 "갈 길 멀다…더 혁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재계에서는 보기 힘든 제목이라 웃음이 났지만 홈플러스와 비교하니 강력한 오너십이 주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같은 날의 이슈는 아니나 롯데쇼핑도 공시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등기임원직에 복귀하는 소식을 알렸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오너십을 발휘해 성장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홈플러스 관련 자료와 기사를 보면서 업계에서도 '과연 홈플러스가 살아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직원들은 회생의 충격 속에서도 '계속 영업'을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회생 절차가 홈플러스의 새로운 출발이 될지 무너지는 과정의 시작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고객들이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번 회생 절차는 단순한 시간 벌기에 그칠 것이다. MBK가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자'로서 책임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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