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0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전방위 자금조달에 나섰다.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본을 확충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계약을 맺은 편광필름사업 매각 대금까지 유입되면 총 3조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이번 자금 조달은 대규모 시설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달 들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파산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향후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2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증을 결의했다. 주당 발행가는 16만9200원으로 보통주 1182만1000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신주 배정기준일은 올 4월 18일, 상장예정일은 6월 19일이다.
삼성SDI는 유증으로 조달할 2조원 중 4541억원은 시설투자 자금으로, 나머지 1조5460억원은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사측은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GM과의 합작법인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2023년 3월 미국 GM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8월에는 관련 내용을 확정 짓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식에는 당시 최윤호 삼성SDI 사장(현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컬트 켈티 GM 배터리셀&팩 총괄 부사장이 참석했다.
양사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약 35억달러(한화 약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초기에는 연산 27GWh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향후 36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인디애나주 뉴칼라일(New Carlisle)에 세운다.

최근 삼성SDI의 시설투자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조7000억원대에서 지난해 6조6조0000억원대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향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데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가 발생하면서 녹록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2427억원이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작년 222억원으로 2023년(327억원)보다 32.3% 감소했다. 작년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8851억원, 기타유동자산은 3251억원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삼성SDI는 지난해에는 1조원 규모의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작년 9월 10일 편광필름사업을 중국 우시헝신광전재료유한공사에 양도하기로 했다. 양도가액은 1조1210억원이다.
다만 거래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 삼성SDI는 편광필름사업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올해 매각이 완료되면 1조원의 금액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최근 업황이 악화됐지만 오히려 시장 리더십을 확보할 기회로 여기고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달 12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 주요 유럽 매체들은 유럽의 최대 전기차 배터리기업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파산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노스볼트는 작년 11월 미국에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그후 자금조달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결국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노스볼트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페이드아웃된 점은 업계의 위기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다만 캐즘을 버텨낸 뒤 다시 호황 사이클을 맞이하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의 주요 전기차 배터리업체로는 한국 3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중국 CATL와 BYD, 일본 파나소닉 등이 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라며 "기술 경쟁력 강화, 매출·수주 확대, 비용 혁신을 통해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 사이클을 착실히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이날 해외 기업과 44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 체결 공시를 하기도 했다. 미국 대형 전력기업인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공시를 통해 "동 고객에 대한 ESS 공급은 다수의 프로젝트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며 이 중 계약을 체결한 프로젝트 건에 대한 공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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