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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어닝 서프라이즈]‘캐즘 속 독주’ 피엔티, 글로벌 매출 본격화 첫 1조 클럽①유럽·북미 매출 각각 8배, 5배 증가…수주 잔고 여전히 2조 육박

성상우 기자공개 2025-03-24 08:30:47

[편집자주]

코스닥 기업 중에 지난해 영업이익을 낸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낸 곳은 5%에 그친다. 업황 침체를 뚫고 초유의 실적을 낸 상장사는 어디일까. 코스닥 상당수가 제대로 된 가이던스나 컨센서스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낸 곳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벨이 알짜 실적을 올린 기업의 성장동력과 지속가능 여부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4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엔티는 명실상부한 국내 2차전지 장비 대장주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수주량이나 고객사풀, 매출 외형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설립 후 20여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뤄오다 지난해 마침내 퀀텀점프가 이뤄진 모양새다. 5000억대 외형이 1년 만에 조 단위로 들어섰고 영업이익률도 15%를 넘어섰다. 증권가는 올해 초까지의 리포트에서 대부분 호실적까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깜짝 실적까진 써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다.

원동력은 단연 ‘롤투롤(Roll-to-Roll)’ 장비를 중심으로 한 기술적 해자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산화해 온 롤투롤 기술 기반 장비들을 공급하며 대체될 수 없는 포지션을 구축했다. 국내 매출에 이어 중국, 유럽, 미국 시장을 차례로 장악하며 ‘캐즘’ 속 홀로 독주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전 사업부문 매출 2배, 중국·유럽·북미 포트폴리오 '균형'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피엔티는 연결 기준 지난해 1조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89.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2.2% 늘어난 1632억원이다. 순이익 역시 1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7% 증가했다.

설립 이래 최초의 조 단위 매출이다. 1년 새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어준 덕분에 가능했다. 증권가는 대체로 9000억원대 매출에 100억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부문별 매출 내역을 보면 전체 사업부에서 고른 성장이 이뤄졌다. 피엔티는 2차전지 사업부와 소재 장비 사업부를 갖고 있는데 각 부문 매출이 모두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주력 사업부문인 2차전지 부문 매출이 전년도 3996억원에서 7676억원으로 1.9배 늘었고, 후발 사업인 소재 부문도 1166억원에서 2213억원으로 비슷하게 성장했다. 여기에 피엔티엠에스 등 자회사들 매출이 연결로 편입되면서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지역별 매출로 보면 해외 매출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지난해의 퀀텀점프를 사실상 해외 매출이 견인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해외 매출은 전년도 4400억원대에서 9200억원대로 2배 넘게 뛰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성장세다.

해외 시장 중에선 유럽과 북미 시장 확장세가 두드러졌다. 사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2년째 3000억원대 매출을 유지 중인 중국이다. 다만 성장세로만 보면 유럽 시장 매출이 390억원대에서 3100억원대로 8배 가량 커졌다. 미국 시장은 270억원대에서 1300억원대로 5배 가까이 늘면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국내에선 일찌감치 셀메이커 3사를 주력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압도적인 장비 공급사 포지션을 굳혔다. 최근 1~2년 사이엔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유럽·북미 등 주요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모양새다. 지역별 배분이 완전하게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갖춰가는 모양새다.

◇'롤투롤' 장비 국산화 원년 멤버 "수주량 넉넉해 성장세 당분간 이어질 듯"

‘캐즘’으로 일컬어지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 국면에서도 홀로 독주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엔 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기술적 우위가 있다. 피엔티의 대표 기술인 롤투롤 기술은 모재를 회전롤에 감으면서 소정의 물질을 도포하여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는 공법으로 구현된다.

롤투롤 장비 부문은 본래 일본과 유럽 장비가 글로벌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근래에 와서 국내 업체들이 자체 생산한 장비들을 공급하게 됐는데 피엔티가 장비 국산화 과정을 이끈 선도업체로 꼽힌다.

롤투롤 장비는 다양한 사업군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피엔티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박막화에 특화된 2차전지용 소재와 전지박 등을 생산하는 장비를 주로 생산한다. 대체로 연속 공정에 사용되는 롤투롤(Roll-to-Roll) 장비의 형태다. 롤투롤 장비에 투입되는 각종 필름 등의 웹소재를 감고(Winding), 자르고(Slitting), 코팅(Coating)하는 기계설비분야에서 경쟁력을 구축했다. 특히 롤투롤 공정용 장비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진공 제어 기술(Vaccum Control Technique)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시장은 피엔티가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확실한 근거가 2조원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1조7340억원이다. 자회사 물량까지 포함하면 잔고는 1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통산 장비 부문 수주량은 1년~1년6개월에 걸쳐 매출로 인식된다. 올해 추가 수주 가능 물량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2~3년간 조단위 매출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업체로부터 1400억원 규모 전극공정 장비를 추가 수주한 바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를 보더라도 올해와 내년 매출 추정범위가 1300억~1600억원에서 형성돼 있다.

피엔티 관계자는 “(최대 실적 달성에) 가장 주효했던 게 기술적 우위가 아닌가 싶다”면서 “캐즘 이전부터 기수주한 물량이 상당히 있었는데 별다른 지연 이슈없이 대부분 매출로 인식된 측면도 있다. 내년부턴 (수주와 매출 인식) 속도가 더뎌질 순 있지만 이미 수주해 놓은 물량이 이미 많아서 당분간은 성장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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