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만난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LH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주 나온 매입 계획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던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3000호라는 매입 규모도, 83% 이하라는 매입가격도 모두 생사의 기로에 선 건설업체 숨통을 트이게 하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특히 매입 가격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LH는 감정가의 83% 이하를 매입가 상한선으로 정하고, 매도 희망가가 낮은 순서대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 정도 감가액 수준이라면 기존 분양가의 60%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위기에 처한 건설사 상당수는 LH 매입 대책에도 불구하고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분양가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하니 손실이 불가피하고, 그나마 다른 사업장이 버틸 만한 업체들만 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에 이어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외곽 및 인천 지역에서도 미분양 문제가 심각다.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1년3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인천은 1707가구, 경기는 2088가구로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과 일부 경기권을 포함해 각 지역별 미분양 주택 수의 40~50% 정도는 매입해준다면 업계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절반 수준까지 매입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지금보다 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기대다. 국토부도 필요 시 당초 계획한 3000가구 외에 추가 매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3000호 매입조차 연내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급 계획 발표가 늦어지면서 상반기 접수, 실태조사, 심의 등을 거쳐도 8~9월은 돼야 대상지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후 감정평가와 계약 절차까지 고려하면, 실제 매입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이 오히려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LH는 국토부를, 국토부는 정치권을 의식하는 사이, 과감한 결정이 나오지 못하는 현실도 문제다.
LH가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미분양 해결사' 역할을 자처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 그때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몸집이 컸던 중견 건설사들도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반쪽짜리 대책이 아니라 업계를 살릴 만한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desk]공매도 재개의 역설
- [thebell note]특례상장의 본질은 미래일까 현재일까
-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 [thebell note]1조2000억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
- 삼성SDI와 한화에어로가 비판을 피하려면
- 더블유게임즈가 마주한 더 무서운 '손실'
- [스타트업 1st 감사보고서/thebell interview]"드라이브포스,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전환 선도 목표"
- [thebell interview]나상수 세림B&G 대표 "신설 로봇분야, 세림 미래 책임질 핵심사업 키울 것"
-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의 오너십
- [thebell interview]"남심(心)은 없다"…창업주 눈치 안보는 풀무원 이사회
박새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PF Radar]웰스어드바이저스, 수서역세권 3블록 본PF 전환 완료
- 최금락 태영건설 대표 "자산매각이 유의미한 성과"
- 아이에스동서, '이차전지 재활용' 미국 법인 설립
- [thebell note]누구를 위한 미분양 대책인가
- 대방건설, 계열사 통해 LH 영종도 부지 낙찰
- 박상신 DL이앤씨 대표 "올해 주택사업, 공공발주 무게"
-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4000억 리파이낸싱 마무리 수순
- [서울시 역세권활성화 사업 점검]안암역 우신향병원 부지, 29층 주상복합 개발 '속도'
- 제주신화월드, 담보대출 2150억 리파이낸싱 '막바지'
- DL건설, '위기극복 TF' 신설…사업비 회수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