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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복귀 사조산업, 수익성·승계 부담 '직접 정비' 정기주총 직후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 교체, 이중 리스크 흡수로 전환기 타파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26 14:48:24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1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그룹의 지주사격 사업회사인 사조산업에 주진우 그룹 총괄 회장이 대표이사로 전면 복귀했다. 무보수 대표이사 체제를 지속할 만큼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주주의 책임 경영 강화 차원으로 해석이 되지만 주지홍 부회장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승계 구도 전반을 조율하고 지배력을 재확인하기 위한 전략적 수순으로 읽힌다.

25일 사조산업에 따르면 전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기존 이창주·김치곤 각자 대표 체제에서 주진우·김치곤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없었기 때문에 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을 논의하지 않았다. 주총 직후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은 외부의 주목과 해석을 최소화하면서도 내부 정비를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진우 회장은 고(故) 주인용 선대 회장의 뒤를 창업 2세대이자 최대주주다. 각 계열사별로 '믿을맨'을 내세운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면서 그룹 총괄 회장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만 76세의 나이에도 주요 의사 결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그룹 운영의 방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미 사조산업에도 그룹 총괄 회장으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04년 사조산업 대표이사를 내려놓은 후 약 21년 만에 복귀하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그룹 차원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고 수익성 악화 국면을 직접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단 실적 부터 살펴보면 사조산업은 2년 연속 역성장했다. 2023년말 약 20여년만에 연결 기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연결 -239억원, 별도-57억원) 주름살이 깊어졌다. 2024년에는 매출 원가 절감 효과에 따라 연결 기준으로는 적자를 줄였다.

주주총회소집공고 기준으로 연결 영업손실은 7억원대였는데 외부 감사가 진행되면서 수치가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사업보고서 기준 2024년 연결 영업손실은 93억7846만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으로는 적자폭이 커졌다. 2023년 -57억원대에서 2024년 -293억원으로 약 5배 뛰었다. 매출 상승세보다 매출원가 상승 폭이 더 커지면서 매출총이익이 감소됐다. 매비와 관리비도 114.2% 증가한 387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키웠다. 법인세 비용 환급으로 당기순이익은 일부 방어했지만 적자를 메우지 못해 2024년 1월부터 대표이사 무보수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2025년에도 대표이사 무보수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 회장이 대표이사로 오른 것이다. 대주주 본인이 책임을 지고 실적 반등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주 회장의 복귀는 그룹의 신뢰 회복 이상의 복합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업계가 주목한 것은 아들인 주지홍 부회장이 아닌 주진우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현재 사조그룹은 오너 3세로 승계가 진행중 이다. 주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사조대림을 필두로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계 식품 소재 기업인 인그리디언코리아(현 사조CPK)뿐 아니라 지난해 식자재 유통·급식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인 푸디스트까지 인수했다. 그룹의 비전인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주 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승계 이슈는 그룹의 신뢰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인식해 주 부회장이 아닌 주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주지홍 부회장이 미래 성장을 설계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그룹 대표자로 내세우기에는 시기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신뢰 회복과 내부 통제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주진우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은 그룹의 안정성과 승계 기반을 다시 다지기 위한 해결사 역할로 풀이된다.주지홍 부회장이 외형 성장을 추진하는 사이 주 회장은 조직을 정비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며 '전환기 균형'을 맞추는 시나리오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는 모르지만 외부에서는 사조그룹의 승계 이슈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세대교체를 진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고령인 주진우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앞서 내부 질서를 정비하고 승계 기반을 다지기 위한 마지막 포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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