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아모레퍼시픽, 래셔널 그룹 장부가 '0원' 처리2년 연속 적자 지속 '회계상 조치', 전략적 협력 관계 '진행형'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24 07:51:1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15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오세아니아 지역 확장과 맞춤형 화장품 개발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던 래셔널 그룹 지분을 전액 손상처리했다. 지분 투자에 나선지 약 4년 만에 자산의 회수 가능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손익 관점에서 적자 부담이 커지자 회계상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사의 협력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19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지난해 래셔널 그룹(Rationale Group Pty Ltd) 투자 주식을 전액 손상처리했다. 2023년 말 기준 장부가는 462억8000만원 수준이었는데 당기순손실 발생에 따라 지분법 손실 등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인 431억8800만원에 대해 투자 손실을 인정한 것이다.
래셔널 그룹의 사용가치 계산은 경영진의 승인을 받은 미래 사업 계획에 근거했다.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는데 드는 평균적인 비용을 지칭하는 가중 평균 자본 비용(WACC)은 10.3%, 영구 성장률은 0%를 대입했다.
래셔널 그룹이 10.3%의 수익을 내야 자본 보달 비용을 충당 가능하다는 의미다. 영구 성장률을 제로로 잡은 것은 미래에도 매출 증가없이 정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장부가액을 0원으로 처리한 것이다. 외형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업황 악화에 따라 2022년부터 적자가 발생하면서 손상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 시장 리더십 확보 차원에서 2020년 래셔널 그룹에 투자했다. 지분 49%를 취득하는데 49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2020년 인식된 장부가는 503억6200만원이다. 계약 완료 후 양사의 협의가 없는 경우 18개월 간 양사 지분 매각 불가 등의 주주 간 계약도 체결했다.
당시 한국에서 '맞춤형 화장품 제도'가 시행되면서 아이오페 랩을 통해 유전자분석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 명동 매장에서 고객 체험을 진행 했다. 이후의 맞춤형 화장품 개발과 신규 브랜드 론칭 등을 맞춤형 화장품 솔루션을 보유한 래셔널 그룹과 협력하고자 실탄 투자에 나선 것이다.
1992년 호주에서 설립된 래셔널 그룹은 단일 브랜드인 래셔널(Rationale)을 통해 현지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후성적 유전자' 연구 분야 리더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피부 상태,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등을 분석해 개인별 최적화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점을 아모레퍼시픽이 높이 평가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경쟁사 대비 M&A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미래 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자 업계도 주목을 했다. 투자 후 래셔널 그룹을 관리하는 TFT를 꾸리고 이사회 운영을 통해 협력을 이어갔다.
래셔널 그룹은 2025년까지 한국, 영국, 홍콩, 싱가포르 등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화장품 개발과 론칭,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고, 해외 시장 개척 경험을 바탕으로 래셔널 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주요 브랜드를 론칭한 만큼 관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주간 계약 체결 후 18개월이 된 시점이었던 2021년 싱가포르에 양사가 협력해 래셔널 부티크 매장을 오픈하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부티크 매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 주요 제품과 래셔널 대표 제품을 선보이는 형태였다. 다만 이후에는 양사의 협력 결과물에 대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었다. 싱가포르를 테스트 베드로 활용했으나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투자를 받은 후 래셔널 그룹은 2020년 40억원대, 2021년 20억원대 이익을 냈지만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30억원대 순손실이 발생한 이후 2024년 적자 폭을 두 배 더 키웠다. 125억원 규모였던 매출액은 300억원을 돌파했지만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며 78억원대 순손실을 낸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가가 높은 맞춤형 화장품 사업 모델이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사업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시화된 성과는 없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지분투자자로서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서 전략적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업황 악화에 따라 실적이 악화되면서 회계상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래셔널 그룹과의 협력 관계는 유지하며, 향후 성장을 위한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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