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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현장 돋보기]사조대림, '자사주 활용법' 온도차…반대 투표만 2번자사주 '주주 가치' 위해 '검토' 약속, 열띤 의견 개진 속 42분만에 폐회

정유현 기자공개 2025-03-24 07:44:50

[편집자주]

주주총회는 기업의 방향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숫자와 문서로 정리된 안건 뒤에는 주주들의 기대와 우려, 경영진의 고민과 결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책상 위 자료만으로는 이 모든 흐름을 온전히 읽어낼 수 없다. 주총장에서 오간 논쟁과 질의응답, 미묘한 온도 차 속에서 기업과 주주 간의 관계가 드러난다. 더벨은 주총 현장에서 직접 포착한 주요 이슈와 기업의 전략적 변화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0일 14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사주는 대주주만이 아닌 모든 주주의 것입니다. 매입하고 소각해서 주당 가치를 높여야지 최대주주 측 계열사에 넘기고 주가가 오르면 팔고 저가에 다시 사고 이렇게 하니까 주가가 저평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사조대림은 자사주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작업에 적극 나섰다. 냉동김밥 수출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자 계열사에 자사주를 처분해 현금을 채웠다. 대규모 M&A 후유증에 따라 약화된 재무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것이다. 작년 말까지 약 389억원을 확보했다.

작년 말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도 사재를 털어서 사조대림의 자사주를 취득했고 제한됐던 의결권이 활성화됐다. 최대주주 중심의 자사주 활용 방식은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정기 주주총회장은 일부 주주들의 강한 비판이 쏟아지는 자리로 변했다.

◇62기 정기주총 본사서 진행, 일부 주주 '주주환원책' 강한 비판

20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에 위치한 사조대림 본사 1층에서 오전 9시에 제62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됐다. 평일 오전 출근시간에 열린 주주총회장에는 약 40여명이 모였으나 5~6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총회에 동원된 임직원으로 보였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영업보고, 감사위원의 감사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실태 보고 사항은 차질없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다음 단계인 부의 안건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주주와 의장간의 언쟁이 오가기 시작했다.

제1호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및 배당 결의였다. 사조대림은 지난해 연결 기준 2조6429억원, 영업이익 1330억원, 당기순이익 957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1주당 보통주 300원, 우선주 35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김상훈 대표(이사회 의장)가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동의를 구하자 주주들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들었다.

발언권을 얻은 A주주는 회사의 노고를 치하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결의해 줘서 감사하다"며 "원안대로 승인할 것을 제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 주주는 A 주주가 A4 용지에 파란색 글씨로 프린트된 대본을 읽고 있었다. 이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회사 측이 동원한 인물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짜인 각본대로 주주총회가 진행되자 일부 주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장사 평균 배당 성향에 못 미치는 배당 결정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15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B주주는 "300원 배당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회계장부 열람을 신청할 계획이다"라며 제1호 안건 상정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위임받은 주식이 510만 주를 초과한다고 밝혔으나 B 주주는 참석 주주들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B주주는 주가 저평가 상황에 대한 분석과 계열사별 자사주 취득 및 매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최대주주와 일반 주주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하지만, 최대주주의 예측할 수 없는 행보가 리스크 요인"이라며 "주당 순이익(EPS)이 1만 원을 넘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 차원의 주주환원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사주는 모든 주주의 자산이며 이를 매입하고 소각해 주당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계열사가 저가에 매수하고 고가에 매도하는 행위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저평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주가 하락의 원인을 외부 요인에서 찾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 사이 투표가 마무리됐고 1호 안건에 대해 찬성 95.74%, 반대 4.26%의견이 나왔다. 1호 안건이 통과된건 9시 31분이었다.

제2호 안건인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직원으로 보이는 한 주주가 발언권을 얻어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내자, 제1호 안건 반대 투표를 제안했던 B주주가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B주주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건은 원래 찬성하려 했지만 사전에 계획된 듯한 진행 방식이 불만스러워 반대 의견을 내겠다"며 "이사들의 경영 성과는 시가총액으로 평가된다. 주가가 이처럼 하락한 상황에서 동일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사 보수의 하향 조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반대 투표가 진행됐지만, 안건은 최종 통과됐다.

◇자사주 활용 계열사 지분 확대 '인정', 2025년 연결 매출 3조원 돌파 '전망'

이날 김상훈 대표는 주주들이 지적한 회사의 경영 상황과 자사주 처분과 관련된 질의에 대해 답변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최대주주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주식을 싸게 사고 비싸게 판다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없다"며 "(자사주를 활용해)계열사별 지분율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통해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아있는 자사주를 주주 환원에 활용해달라는 주주들의 요청에 대해 김 대표는 "자사주 소각이나 추가 매입은 대부분의 기업이 시행하는 정책이며 사조대림만 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자사주 활용 방안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사조대림은 IR 자료를 통해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목표를 약 3조 8800억 원으로 제시했다. 푸디스트 인수를 통해 외형 확장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사조대림 2조1900억 원, 사조CPK 4100억 원, 푸디스트 1조2800억 원의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연결 매출은 3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가이던스를 달성하지 못한 배경과 해외 수출 현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푸디스트는 지난해 9월 인수했으며, 3개월 치 실적만 반영된 상황"이라며 "올해 푸디스트의 연간 매출 1조 원대가 온전히 반영될 경우 연결 매출 3조 원을 초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을 통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냉동김밥은 여러 업체에서 수출하고 있어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건이 통과된 후 의장의 인사말을 끝으로 주주총회는 약 42분 만에 마무리됐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송 대표는 더벨과 만나 이날 주총 분위기와 IR 전략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대표는 "빠른 진행을 위해 대본을 준비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다른 상장사 주주총회에서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사항"이라며 "회사는 많이 나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외부에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IR 조직도 있고 나름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활동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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