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theBoard Forum]"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확대는 독립성 고민 결과"그룹 방침에도 주주이익 위해 반대 목소리, 이사회 경영 진화하는 과정
김형락 기자공개 2025-03-26 08:34:2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6시42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재계 주요 상장사들은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선임했다. SK그룹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릴 때 기업 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포함한다. 기존 경영진과 접점이 없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충족한 후보이기 때문이다.사외이사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걸 금기시하는 기업 문화도 바뀌고 있다. 국내 이사회 경영이 한 단계 진화하면서 그룹 방침이라도 주주 이익을 위해 이사회에서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사외이사들이 나타났다. 다만 이사회 경영 선진화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범 사례는 코스피 대기업에 몰려있다.
더벨이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25일 개최한 '2025 더보드 포럼(2025 theBoard Forum)'에서 다양한 이사회 경영 선진화 방안이 논의됐다. '기업 밸류업을 위한 이사회 선진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한 이날 포럼은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사회를 맡았다. 전·현직 사외이사와 상장사 이사회 사무국, IR팀 관계자 등 170여명이 참석해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간 소통 확대 방안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방안 △상법 개정안 영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세션은 장온균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이 '상장사 이사회 현황과 선진화 과제'를 발표했다. 2세션은 백승엽 SK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Governance)지원담당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소개했다. 3세션을 담당한 현상균 D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사장(CIO)은 '투자자 관점에서 본 밸류업과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간 소통 확대 필요성 제기
각 세션 발표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김용수 한솔아이원스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간의 소통하는 자리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며 "사외이사 워크숍에 사내이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근 이사인 사외이사가 모여 토의해도 경영 현안을 사내이사만큼 알지 못해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백승엽 SK 담당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역할과 고민이 다르기에 사외이사만의 토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백 담당은 "사내이사는 그 해 달성해야 성과지표(KPI)가 있고, 매일 마주하는 경영 이슈 해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사외이사끼리 모여 논의할 때 경영진과 다른 시각에서 이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현직 변호사는 사외이사 평가체계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해당 기업에서 사외이사 연임이 불가하다고 통보받았다. 다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사외이사 평가 결과도 공유받지 못했다. 그는 상법과 정관을 지키지 못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과 기권을 해왔던 인사다.
이를 두고 이남우 회장은 이사회 경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그룹, 기업 방침으로 정한 안건이라도 모든 주주를 위해 반대할지는 우리나라 대부분 사외이사들이 가진 딜레마"라며 "이사회 경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이슈"라고 말했다.
백승엽 담당은 SK의 경우 글로벌 기업 사례를 참고해 이사회 평가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SK그룹은 3년 단위로 사외이사를 재선임한다. 사외이사 평가와 재선임 결정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주어진 권한이다.
백 담당은 "그룹 차원에서는 각 사가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때 개별 평가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가이드만 준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외이사 평가 결과는 이사회 의장이 개별 이사에게 1대 1로 피드백을 주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주주 이익 충돌 사안 논의, 의사록에 기록 충실히 남겨야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투자자 관점에서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방안을 질문했다. 백 담당은 사외이사 후보를 주총에 추천하는 것은 각 사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차원에서 각 사 이사회에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추천할 때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후보를 찾기도 한다. 기존 경영진과 연결 고리가 없는 독립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관련 질문도 나왔다. 한 비상장사 전략기획 담당 실무진은 기업 이익과 주주 이익이 상충할 때 이사회는 어떤 결정하는 게 옳은지를 물었다.
현상균 부사장은 이사회 역할 중 선관주의 의무와 이사 충실 의무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 부사장은 "모든 주주에게 영향을 미치는 투자 건은 선관주의 의무에 해당하지만, 수혜·피해 주주가 나뉘는 사안은 이사 충실 의무 해당한다"며 "이사 충실 의무 해당하는 안건은 이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우 회장은 "이사 충실 의무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하는 이사회 안건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논의 내용을 이사회 의사록에 충실하게 기록으로 남기면 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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